“세번 결혼·이혼, 이젠 아프지 않아요”

문학과 인생 등 개인사 드러낸 ‘치유적 글쓰기’

소설가 공지영(사진)씨가 ‘상처 없는 영혼’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황금나침반)를 발표했다.

작가를 꿈꿨던 대학 시절의 고독, 여성으로서 겪었던 부조리한 삶 등 그의 문학과 인생에 대한 사유가 담겨 있다. 특히 세 차례의 결혼과 이혼을 통해 겪은 개인적 상처를 공개하는 치유적 글쓰기를 시도해 주목을 끈다.

“나를 버리고, 빗물 고인 거리에 철벅거리며 엎어진 내게 일별도 남기지 않은 채 가버렸던 그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죽는다는데 어쩌면 그가 나를 모욕하고 그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던 날들만 떠오르다니.”(‘용서의 길’ 중)

지난해 암으로 숨진 두 번째 남편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그는 죽음 앞에서도 용서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느끼며 인간의 이기심을 깨닫는다.

이 책은 J라는 익명의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기형도의 ‘빈 집’, 김남주의 ‘철창의 기대어’, 자크 프레베르의 ‘이 사랑’ 등 39편의 시를 인용하며 그 속에서 산문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씌어졌다.

“치유의 과정으로 글을 썼다”는 그는 “자신이 겪은 상처 중에서 군부독재 하의 폭력이나 여성으로서의 부조리한 삶 등 시대와 맞닿은 부분이 있다”면서 자신의 상처를 시대의 보편적 아픔으로 승화시켜 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또한 작가의 사소한 일상의 모습과 생각도 드러나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창작의 고통 속에서 “가끔 나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아봤으면 한다”면서 주부들을 부러워하는가 하면 한글을 가르쳐달라고 조르는 여섯 살배기 막내 앞에서 당황하기도 한다. 성씨가 다른 3명의 아이를 혼자 키우며 살아가는 그의 일상은 올 12월 발표할 예정인 소설 ‘즐거운 나의 집’ 속에서 만날 수 있다. 공지영 지음/ 황금나침반/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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