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동포 결혼식에 부득이 주례를 선 적이 있다. 고향 후배인 신부 아버지의 간청을 거절하지 못해 맡기로 했으나 결혼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파혼이 되는 바람에 실제로 주례를 서는 수고는 덜었다. 하지만 당사자나 부모의 입장을 생각하니 참으로 마음이 아파 그렇지 않아도 하얀 머리가 더 하얗게 세고 말았다. 주례 부탁을 받을 때마다 아직 그런 자리에 설 만한 나이가 아니라는 이유를 내세우곤 하지만, 선뜻 내키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최근 들어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통계청이 지난 3월 30일 발표한 2005년 혼인·이혼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가 2004년보다 7.8% 줄었다고 한다. 88년 이후 꾸준히 늘어온 이혼은 2003년 최고조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2004년에 이어 2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으로 인한 가정해체의 피해가 가족구성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결손 가정, 저출산 가정 양산 등에 따른 또 다른 사회적 문제들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혼 감소 추세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잘못된 통계방식으로 엄청난 오보 양산

그런데 이혼과 관련된 통계치를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할 것으로 ‘이혼율’이라는 것이 있다. 몇 년 전 보건복지부는 한 교수에게 준 연구용역의 결과를 인용해 2002년 우리나라의 결혼 대비 이혼율이 47.4%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하는 바람에 한동안 세간의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숫자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사실 이 수치는 2002년 한 해 동안 이혼한 쌍(14만5324쌍)을 혼인한 쌍(30만6573쌍)으로 나눈 후 100을 곱하여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혼율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무려 절반이 넘는 54.8%에 이른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누구나 다 하는 일’의 기준인 과반수를 뛰어 넘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즉, 혼인은 해당 연도에 결혼한 쌍들의 숫자이지만 이혼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혼을 해당 연도에 했을 뿐 이들이 결혼한 시점은 각각 다를 수 있다. 신혼여행 길에 혼수 문제로 싸우고 돌아와 바로 이혼한 쌍도 있을 수 있고, 30년 전 얼굴도 못 본 채 부모가 정해준 대로 결혼해 살다 아들·딸 시집·장가 보내 놓고 갈라선 황혼 이혼도 있지 않겠는가? 결국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해당 연도 기준으로 계산된 이혼율에만 따르다 보면 어느 해 결혼인구가 급격히 줄 경우 심지어 100%가 넘는 이혼율이 나올 수도 있게 된다.

숫자의 인용·해석에도 세심한 주의 필요

한편 국제적으로 공인되고 외국과 비교가 가능한 통계방식으로 ‘조이혼율(Crude Divorce Rate)’이라는 개념이 있다. ‘조이혼율’은 인구 1000명당 한 해 동안의 이혼 건수를 나타내는 것이다. 지난해 말 스위스 연방통계청이 발표한 유럽 각국의 이혼율 현황자료(2002년 기준)에 따르면 영국의 이혼율은 1000명당 2.7건으로 가장 높았으며, 핀란드와 스위스가 각각 2.3건과 2.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 미국의 질병통제 및 예방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3.6건(2005년 기준)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한 때 3.5건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나 2004년 이후 점차 줄어 2005년에는 2.6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조이혼율’에도 개념상의 결함이 있으니, 기준이 되는 인구 1000명 중에는 결혼과 무관한 어린이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통계가 주는 개념상의 한계, 즉 절대 숫자에만 의존할 경우 생길 수 있는 통계의 한계는 국가 간의 이혼율을 비교할 경우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각국의 상이한 혼인 관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혼한 쌍들의 숫자만을 가지고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일례로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혼전 동거 커플이 많다. 2005년 발표된 미국 럿거스대학 부설 ‘전 미 결혼 프로젝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이혼율이 감소한 원인은 500만 명에 이르는 혼전 동거 커플의 급속한 증가에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국가 간 이혼율 비교는 무의미하며 더 나아가 국가정책 수립에도 그릇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평소 감기약 하나를 먹더라도 우리는 용법과 용량에 대한 주의사항을 꼼꼼히 읽어본다. 통계도 마찬가지이다. 통계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한계가 있으며, 어떤 용도로 쓸 수 있는지를 잘 따져보고 이를 사용할 때 비로소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통계치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관련 통계치의 한계를 반드시 명시해야 하며,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인용과 해석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두 집 가운데 한 집이 갈라선다는 통계치를 근거로 누군가 이혼 풍조가 만연해졌다고 해석하고 이를 사회에 전달한다면, 이는 단순히 해석의 오류를 넘어 실제 그 사회의 이혼 풍조를 조장할 여지까지도 남기게 된다. ‘세계 3위 이혼율(?)의 허구’는 우리가 통계의 한계를 이해하고 올바른 사용을 도모할 때 비로소 무너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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