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비너스’ 앨리슨 래퍼 방한

“지금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인생에 도전할만한 일이 없었다면 다음엔 무얼 해야할까 고민했겠죠.”

영국의 여성 구족화가 겸 사진작가 앨리슨 래퍼(41)가 아들 패리스(6)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생의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래퍼의 이번 방문은 4월 27∼30일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에서 열린 ‘제1회 영 챌린지 포럼’의 강연자로 참석하기 위해 이뤄졌다.

앨리슨 래퍼는 두 팔이 없고 짧은 다리를 가진 ‘해표지증’이란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져 보호시설에서 자랐다. 22세 나이에 결혼을 했다가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9개월만에 헤어진 후 뒤늦게 미술공부를 시작해 구족화가이자 사진작가로서의 새 인생을 개척했다.

특히 장애를 가진 자신의 몸을 모델로 삼은 그의 사진작품은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내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품 소재로 삼은 것”이라며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맞서왔다. 임신한 그의 모습을 본뜬 조각가 마크 퀸의 작품은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세워지기도 했다. 2003년 영국 왕실로부터 대영제국국민훈장을, 2005년 ‘세계 여성상 시상식’(Women’s World Awards)에서 여성성취상을 수상했고 본지(856호) ‘이주의 여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애인 여성 혼자의 몸으로 아들을 낳고 키워온 과정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지만 동시에 가장 행복했던 때였다. 래퍼는 “아기를 가졌으니 당연히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때 포기하지 않은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회상했다. 임신 당시 육체적 고통보다도 더 힘들었던 건 출산을 만류했던 주변의  편견이었다. 아이가 제대로 양육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시설로 데려가겠다며 사회복지사가 수시로 그의 집을 방문해 체크했고 패리스가 네 살 되던 무렵까지 보모가 20여 번이나 바뀌었다.

이렇게 어렵게 키워낸 아들은 그의 삶의 목표이자 희망이 됐다. 출산 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그 사랑을 통해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지금 그의 또 다른 과제는 국내에서 예술가로서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것. 그는 “장애로 인해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지면서 정작 영국 내에선 예술가로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앨리슨 래퍼의 방문을 기념해 4월 28일∼5월 25일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의 Lee&Park 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특별 사진전이 개최된다. 또한 어린 시절 버림 받던 순간부터 예술가와 한 아이의 어머니로 거듭나기까지 그의 인생을 솔직하게 담고 있는 자서전 ‘앨리슨 래퍼 이야기’(My Life in My Hands, 황금나침반)도 최근 출간됐다.

앨리슨 래퍼가 내한 기자회견 후 자신을 초청한 손학규 경기도지사에게 작품을 선물하고 있다.
▲ 앨리슨 래퍼가 내한 기자회견 후 자신을 초청한 손학규 경기도지사에게 작품을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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