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문 에이전시 ‘트렁크 갤러리’ 오픈

지난 3월 말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사진작가 배병우씨의 ‘소나무 시리즈’ 중 한 점이 4만8000달러(약 4800만 원)에 팔렸다. 바야흐로 ‘사진’ 작품도 투자 가치가 있는 예술분야에 합류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내 시장에서 사진 예술은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상태. 작가들이 합심해 사진 전문 에이전시를 만들고 사진 작품의 새로운 유통구조를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14일 오픈 행사를 열고 정식 출범을 선언한 ‘트렁크 갤러리’는 페미니스트 사진작가로 유명한 박영숙씨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남산 중턱에 자리잡은 ‘트렁크 갤러리’는 벽면에 사진 액자가 가지런히 전시돼 있는 여느 갤러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서랍 가득 작가별로 분류된 사진작품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원하는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사진 마켓이다. 갤러리가 보유한 작품뿐 아니라 작가별로 정리된 카탈로그를 보고 사진을 선택,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박영숙 대표는 “‘트렁크 갤러리’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일종의 ‘사진운동’”이라 얘기한다. 최근엔 미술품 경매시장에도 사진이 출품되기도 하는 등 사진을 예술작품으로 인정하는 풍토가 생겨나고 있지만 갤러리에 소속된 유명 작가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여성 작가의 경우 전체 사진작가의 10% 미만에 머무르고 있고 입지를 다지기가 쉽지 않다”면서 “신인작가 및 여성 작가들을 발굴하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할 것”이라고 밝힌다.

무엇보다 사진의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갤러리에 의해 에디션이 남발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어 전문가에 의한 사진 마켓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에디션이란 작품당 제작하는 프린트 수를 말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작가가 5∼10점의 에디션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수가 많을 수록 희소가치가 떨어져 장당 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트렁크 갤러리에 참여하는 작가는 현재 40여 명. 김중만, 구본창, 황규태, 오형근씨 등 유명 작가에서 신인작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뜻을 같이 했다. 김옥선, 홍미선, 류기성, 이주영씨 등 여성 작가들도 함께 한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사진 가격은 신인작가의 경우 200만∼400만 원 선, 유명 작가는 700만∼1000만 원선이다. 가격은 대부분 작가가 직접 정하지만 앞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면 자유경쟁을 통해 자연적으로 가격 조정도 이뤄질 것이라 예상한다.

트렁크 갤러리는 월 1회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작가와 콜렉터와의 만남의 자리를 갖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사진예술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앞장설 예정이다. 14일 오프닝에선 ‘2005 한미사진상’ 수상자인 이상현씨가 ‘현대미술과 사진의 경계’라는 주제로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또한 문화적으로 열린 공간을 추구하며 ‘예술의 종말?-21세기 문화/생활공간에서의 사진’ ‘시각체계와 사진-카메라를 든 나 혹은 카메라 앞에 선 나’와 같은 다양한 강좌도 예정돼 있다. 문의 02-797-2314

김옥선 ‘Hiroyo and Micheal’
▲ 김옥선 ‘Hiroyo and Micheal’

이주영 ‘시간의 흔적’
▲ 이주영 ‘시간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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