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의학·간호학 분야

의학과 간호학 분야는 한국 여성 과학기술사의 굵직한 전기를 마련한 분야로 꼽을 수 있다.

의학 분야는 ‘박에스더(김점동)’란 한국 최초의 여성 과학자를 배출했으며, 간호사들의 대표 단체라 할 수 있는 대한간호협회(1923년 창립)는 YWCA(1922년 창립)와 함께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여성단체다. 특히 면허등록된 의사·간호사 등 여성 의료인력은 20만 명(2003년 통계청)을 넘어서고, 해마다 3600여 명의 대학 졸업자(2005년 교육통계연보)가 배출되는 등 풍부한 인력자원을 자랑한다.

박양실 대한산부인과학회 회장은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과의 융합 등 새로운 지식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의료인들은 복고적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며 “전문지식을 활용해 벤처사업, 의약품·건강기능식품 개발, 의료전문기자 등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영역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는 개척정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의학]

개원의 3700여 명

전문의 8000여 명

2004년 보건복지부에 면허등록된 의사는 8만5030명이며, 이 중 여의사는 1만2778명(18.7%)이다. 여의사들의 취업별 분포를 보면 개원의 3710명(29%), 의료기관 3321명(26%), 의과대학 125명(1%), 보건소(지소) 271명(2.1%)으로 집계됐으며, 전공의 수련을 받는 경우가 4208명(33.6%)이었다. 전문의 8101명 중 소아과 전문의가 가장 많아 18.8%(1522명)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내과 14.9%(1209명), 산부인과 14.1%(1140명), 가정의학과 10.3%(832명) 순이었다. 정형외과(8명), 신경외과(9명), 비뇨기과(4명), 핵의과(5명), 산업의학과(9명)는 10명 미만의 전문의를 배출해 미미한 진출 실적을 보였다.

주요 인물로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가천길재단 회장, 한국여성재단 이사, 경인일보 회장 등을 맡아 다방면에 걸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길여 경원대 총장이 있다. 또 국립의과대학 최초 여학장으로 선출된 김선희 전북대 학장과 역시 첫 여성 직선 의대학장에 선출된 박인숙 울산대 학장, 남성 의사들의 고유 영역으로 알려진 외과계 특히, 소아외과 분야 최고 전문의 박귀원 서울대 교수가 학계를 이끌고 있다. 정·관계에선 국립의료원장, 14·15대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지낸 주양자 이천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산부인과 의사 출신인 안명옥 한나라당 의원·박금자 전 국회의원이 있다.

이외에 기업인으로 화장품, 의약품, 건강식품 개발업체 BH바이오메딕의 박래옥 대표(산부인과)와 제대혈 은행·줄기세포 연구 바이오벤처업체 메디포스트의 양윤선 대표(진단검사의학) 등이 있다.

[간호학]

연구활동에서 복지

국제교류까지 활발

간호사 면허등록인원은 19만2480명(2003년 통계청)이며, 2005년 대한간호협회 통계에 따르면 회원 8만1572명 중 절반 이상이 종합병원(35%)과 3차 종합전문요양기관(28%)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음으로 병의원(23%), 보건소(지소)·보건진료소(6%) 순이다.

주요 인물로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통령 보건복지특별보좌관을 지낸 김화중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지난해 국제간호협의회(ICN) 이사에 선출된 김의숙 연세대 교수, 2004년 창립된 한국간호평가원의 초대 원장에 오른 김조자 연세대 교수(대한간호협회 회장)가 있다.

우리나라 간호계의 대모로 불리는 김화중 회장은 우리나라 일차보건의료체계 확립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김의숙 교수는 간호(사)법 발의·한국간호평가원 설립·대한간호복지재단 출범·전문간호사 법제화·간호교육 일원화 등 우리나라 간호역사의 한획을 긋는 굵직한 성과를 올렸다. 김조자 회장 역시 간호 학점인정제를 위한 표준교육과정 개발과 전문간호사 인증을 위한 평가기준 마련 등 간호계 현안들을 처리해오고 있다.

이외에 뇌졸중 후 편마비 환자의 자조관리 프로그램·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인 ‘바이오피드백’을 개발·보급한 김금순(한국간호과학회 회장) 서울대 교수와 근위축의 발생기전 규명·경감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최명애 서울대 교수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의학·간호학 분야 선구자는
손치정
▲ 손치정
김모임
▲ 김모임
박에스더 이후 1918년 동경여자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의사시험에 합격한 허영숙(1898∼1975, 춘원 이광수 부인)이 영혜의원을 개원하며 활동했다.

국내에선 경성의학전문학교 2회 졸업생(1918)인 안수경, 김영흥, 김해로 등이 초기 인물들이며, 이후 배출된 강기경은 대한여자의사회(현 한국여자의사회) 이사, 적십자 서울지사 임원을 지내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쳤다.

한국 최초의 여성 박사학위자는 1929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공중보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송복신 박사로 추정되지만 뚜렷한 행적이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1942년 경성제국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손치정 박사가 우리나라 의학박사 1호로 기록된다. 그는 56년 창립된 대한여자의사회 초대회장으로 활동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간호사는 이화여대 간호과학대 전신인 ‘보구녀관(保救女館)’이라는 부인병원 간호부양성소의 첫 졸업생 그레이스 이(Grace Yi)와 마르다 김(金瑪多 Martha Kim)이다(1908). 이후 세브란스병원에도 간호사 양성소가 생겨 1910년 첫 졸업생 베세 김(Bese Kim, 김점동 동생)이 배출됐다.

메풀 전산초 박사는 74년 아시아 최초로 연세대에 간호학 연구소를 창설했으며, 아시아 첫 ICN 회장을 지낸 김모임 적십자간호대학장은 첫 간호사 출신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기록된다.

이밖에 최영희 전 국회의원은 노인간호학을 정규 교과과정에 편입시켰으며, 이은옥 서울대 교수는 70년 간호학 학사과정에 ‘간호연구개론’ 교과목을 처음으로 개설해 간호학을 학문으로 인정받게 하는 초석을 마련했다.

의학·간호학 분야의 과제
전체 의사 중 여의사 비율은 약 19%에 불과할 만큼 절대적 열세에 놓여있다. 4월 말로 예정돼 있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새 집행부에도 여성 임원들의 입지는 좁은 실정이다. 의협의 16개 시·도의회장단 중 여성 회장은 단 한 명도 배출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각 시·도의사회가 부회장 1석을 당연직 형식으로 여성 회원 몫으로 남겨두고 있을 뿐이다.

간호학 분야의 최대 과제는 간호(사)법 제정이다. 현재 의료법 안에 관련 규정이 있을 뿐 독립적인 법안이 없는 상태로, 의료사고 시 책임 소재를 정확히 가려내지 못할 우려가 있는 등 의료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간호학계에서는 전문간호사의 법적 근거, 간호사의 윤리 강화, 환자들의 권익보호 등과 같은 간호업무 수행상 필요한 규정을 법제화한 독자적 간호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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