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개그콘서트를 아주 좋아한다고 하면 모두들 놀란다. 나 또래에는 아예 개그콘서트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고 그나마 아는 사람들도 어쩌다가 잠깐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나 같은 광팬은 찾아볼 수 없다. 광팬이라고 말해도 하나도 꿀리지 않는 건 실제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 수많은 TV 프로그램 중에서 시간을 기억해 놓았다가 꼬박꼬박 트는 프로는 개그콘서트가 유일하다. 일요일 저녁에 바깥에서 약속이라도 잡히면 가능한 한 시간 전에 돌아오려고 서두를 정도이니까.

언젠가 어떤 젊은 남자(라고 해봤자 40대였지만)는 나보고 “그 연세에 즐겨 보실 프로가 아닌데요”라며 노골적으로 빈정거렸다. 심지어는 개그맨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기나 하냐고 묻기까지 했다. 아마 내가 젊은 척 하느라고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떠보고 싶었나 보다.

우리 또래는 요즘 개그들은 옛날 코미디 프로에 비하면 너무 유치하고 시끄럽기만 하지 아무 재미가 없다고들 한다. 맥락도 없는 이야기들에 우스꽝스러운 유행어만 만들어내는 것 같아 영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런 프로를 보면서 뒤집어지는 젊은이들은 마치 외계인같기만 하다. 웃음에도 세대차이를 확인할 뿐이어서 오히려 우울하다고 한다.(그런 그들도 요즘엔 ‘∼ 안 되겠니?’라는 유행어를 즐겨 쓴다)

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뭘 그렇게 유치한 프로를 열심히 보냐며 흉을 봤다. 하지만 TV는 한 대밖에 없지, 그 시간만 되면 내가 절대로 채널권을 놓지 않지, 어쩌겠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보다 보니 어느새 준광팬 수준에 다다를 밖에. 드디어 요즘은 머리 허연 부부가 일요일 밤마다 사이 좋게 앉아 개그콘서트를 보며 박장대소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게끔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시간이 흐르다 보니 둘 다 시청자에서 평론가로까지 발전했다. 어떤 코너는 약효가 다 떨어졌는데 왜 저렇게 질질 끄는지 모르겠다며 비판의 칼을 휘두르고, 새 코너가 나오면 이건 되겠다 안 되겠다를 거의 정확히 진단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개콘에 처음 빠지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채널을 돌리다가 웬 젊은이가 연변 말로 수다를 떠는데 그렇게 자연스럽고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그땐 그 개그맨이 정말 연변 총각인 줄 알았었다. 프로에 대해서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던 덕분이었다.

물론 모든 코너가 다 재미있었던 건 아니었다. 진부하거나 황당한 코너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초창기부터 지금까지(확실히 몇 년인지 계산해 봤었는데 또 잊었다) 내가 한결같은 시청자 노릇을 하는 이유는 젊은 사람들이 참 열심히 사는구나라는 느낌을 그 프로를 통해 매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열정과 고달픔이 화면 밖으로까지 생생하게 전해지기 때문이었다. 남을 울리기는 쉽지만 웃기는 일은,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얼마나 지난한 작업인가. (아니, 이건 시청자가 아니라 거의 엄마 마음이잖아)

게다가 개콘을 보면서 기분 좋은 일은 또 있다. 아직까지 소수이긴 하지만 재주 많고 멋진 개그우먼들이 계속 새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젊은 여성들의 재기 넘치는 개그를 보면 왜 그렇게 흐뭇한지. 한동안 나를 매혹시키던 그들이 어느 날 문득 화면에서 사라져 버리면 유난히 허전하지만 그렇다고 걱정되는 건 아니다. 그런 끼와 당당함을 갖춘 여성들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무튼 살아갈수록 점점 웃을 일이 줄어드는 내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한바탕 웃음을 안겨 주는 젊은이들이 있어 고맙다. 그런데, 이렇게 써 놓고 보니 특정 프로 홍보성 글처럼 보이잖아? 본인은 그 프로의 시청자라는 사실 이외에 아무 관련이 없음을 양심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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