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통쾌한 수다 ‘언니네 방’

“아프고 힘들기만 하면서 헉헉대는 신음소리를 내고 느낌이 있는 척, 심지어 좋은 척, 만족스러운 척까지 해야 한다는 건 대체 어디서 배웠을까? 첫 경험 이후, 근 10년 동안 몇 명의 연인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섹스에 있어 내게 늘었던 건 섹스의 즐거움이 아니라 연기력뿐이었다.”

‘언니네 방’(갤리온)엔 다른 곳에서는 털어놓을 수 없었던 여성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섹스 문제에서 자위, 동성애, 성차별, 성폭행의 기억, 성교육 등 여성들의 성과 사랑, 삶에 대한 적나라한 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책은 여성주의 웹사이트 ‘언니네’에서 활동 중인 4만여 회원이 쏟아놓은 글 중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 가운데 40개를 모아 엮었다. 여성들의 지위가 많이 높아졌다고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이 사회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존재한다고 외치며 직접 경험한 사례를 통해 이를 고발한다.

홀로 떠난 해외 여행 중 친절했던 민박집 주인에게 성추행을 당해도 오히려 당당한 것은 남성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강간을 당했지만 그의 어머니는 “네가 당할 만한 짓을 한 게 아니냐”고 훈계한다. 이들이 비판하는 건 폭력적인 남자만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주말마다 아내 대신 설거지를 한다”는 것만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된 듯 여기는 남자들이 가장 위험한 상대라고 꼬집는다.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35세가 넘지 않은 비혼 여성은 저출산 사회의 주범인 양 매도당하고 집을 마련할 때 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여성,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이 책에는 우울한 고백들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 또는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모욕에 용감하게 대처하는 법도 제시한다. 회사에서 상사나 동료에게 모욕을 당하고 가만히 있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당황하지 말고 당신이 받은 모욕적인 말을 이용해 받아치면 성공 확률은 99%다. 언니네 사람들 지음/ 갤리온/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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