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콘서트’ 주부들의 문화욕구 해소 공간으로 큰 인기

매달 둘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가 되면 서초동 예술의전당 입구엔 ‘11시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몰려든 주부들로 가득찬다. 2004년 9월부터 시작, 이제 1년 반을 넘긴 예술의전당의 ‘11시 콘서트’는 매회 9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유료 관객 비율도 90% 이상으로 지난해 음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공연은 저녁이나 주말 시간에 연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평일 오전 시간에 열리는 ‘모닝 콘서트’나 ‘브런치 콘서트’가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려는 주부들 사이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브런치(Brunch)’란 영어 ‘Breakfast(아침식사)’와 ‘Lunch(점심식사)’의 합성어로 늦은 오전 시간대에 먹는 아침 겸 점심을 뜻하는 말. ‘브런치 콘서트’는 1만∼2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아침시간 간단한 간식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공간이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모닝 콘서트’ 바람은 이제 분당·일산 등 신도시 및 지방으로 확산되며 그 내용도 다양해지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성남아트센터에선 4월 20일부터 매달 셋째주 목요일 ‘마티네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마티네(matinee)’는 프랑스어로 ‘오전(matin)’이란 의미로 오전 혹은 낮에 이루어지는 공연을 뜻하는 말이다.

지방에서 모닝 콘서트가 가장 잘 정착된 곳은 2005년부터 매달 둘째 주 화요일에 ‘아침을 여는 클래식’을 진행하고 있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다. 4월 14일 열릴 공연에서는 팝페라 카스트라토 정세훈씨가 ‘마법의 성’, 헨델의 ‘울게하소서’ 등 귀에 익은 노래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진호 홍보차장은 “지난해 콘서트를 운영한 결과 관객의 80∼90%가 주부였으며 특히 주부들 모임이 콘서트장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얘기했다. 낮 시간 쇼핑 등 소비적인 모임으로 여겨졌던 주부들의 만남이 함께 문화를 즐기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매달 둘째 주 화요일에 마련하는 ‘모닝콘서트’는 무대를 카페로 옮겨 작은 공간이지만 연주자와 교감하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화려한 무대장치보단 실내악의 섬세한 음악성을 느낄 수 있게 한 공연으로 공연기획팀이나 연주자가 관객과 가까운 자리에서 직접 해설하며 진행하는 ‘렉처 콘서트(Lecture Concert)’, 즉 음악강의 형태로 구성됐다.

모닝 콘서트는 클래식 음악 시장이 크지 않던 울산과 김해 등 지방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의 ‘11시 모닝콘서트’는 주부층뿐 아니라 주변 생산공장의 교대근무 근로자를 위한 공연으로 금난새, 노영심, 전유성 등 익숙한 진행자를 내세워 관심을 끌었다. 김해문화의전당도 3월 9일 첫 ‘브런치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찬 기획팀장은 “예술의전당의 ‘11시 콘서트’의 성공을 보고 김해에서도 가능할까 걱정했었지만 콘서트장에서 주부들의 문화적 욕구를 깨달았다”고 밝혔다.

최근엔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모닝 콘서트’도 생겨나고 있다. 나루아트센터가 3월 7일부터 시작한 ‘음악이 가르쳐 준 비밀’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음악치료 프로그램.

관객들은 음악치료사 한정아씨가 음악과 함께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조를 이뤄 음악극을 만들거나 발표하면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해소하는 기회를 갖는다. 7∼8월엔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방학 특별 프로그램으로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고 사고력과 감수성을 높여줄 수 있는 음악활동 ‘파이팅 청소년’과 ‘엄마랑 아이랑’도 운영할 예정이다.

김해 콘서트에서 해설을 맡은 장일범 음악평론가는 “선진국에선 이미 청소년이나 주부·노인층을 위한 저렴한 공연들이 일반화된 상태”라고 했다. 또한 “일본에선 인기 공연을 반복해서 즐기는 ‘아줌마 오타쿠’도 있다”면서 “공연장에서 보니 우리나라도 그런 마니아층이 생겨날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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