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한 가슴’

여성의 가슴은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도구로서, 혹은 수치심의 상징으로서 시대와 문명에 따라 노출되거나 감춰져 왔다. 가슴을 습관적으로 드러내는 아프리카의 나라들이 있는가하면 동양 문화권에선 외간 남자에게 가슴을 보이는 것을 수치로 생각한다.

독일의 문화사학자이며 민속학자인 한스 페터 뒤르의 ‘에로틱한 가슴’(한길사)은 여성의 가슴 노출에 대한 역사적, 지역적, 문화적 차이를 통한 문화사를 서술해냈다.

이 책은 ‘은밀한 몸’과 ‘음란과 폭력’에 이은 ‘문명화 과정의 진화’ 연작의 세 번째 작품. 한스 페터 뒤르는 이 연작을 통해 “중세 이후 유럽인들은 수치를 자각하고 본능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 문명화 과정을 이뤄냈다”는 독일의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서양문명론을 비판해왔다. 뒤르는 “엘리아스의 주장은 서양이 자신들만 문명화됐다는 믿음에 기초해 식민주의를 정당화하려는 수단”이라고 반박한다.

한국에선 과거 7세가 되면 남녀가 따로 목욕을 했다는 등의 예를 들며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터키 등 아시아 문화권에 대한 서술도 잊지 않는다.

200여 장에 달하는 가슴과 관련된 다양한 그림, 사진들은 포르노 잡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몸을 통해 문화사를 완성해내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여성의 노출을 유도한 사회학적 분석보다는 코르셋과 브래지어의 역사, 노출 패션의 변천사 등 단편적인 서술만 시도한 부분은 남성 중심적인 시선의 한계로 지적된다. 한스 페터 뒤르 지음/ 박계수 옮김/ 한길사/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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