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전시회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표범무늬 옷을 입고 표범무늬 터번을 두른 채 작품을 만지고 있는 작가의 컬러 사진이 관객들을 반긴다. 벽면에는 작가의 대형 얼굴 사진이 걸려있다. 원로화가 천경자(82) 화백의 전시회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가 4월 2일까지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다.

2004년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에서 열렸던 특별전 이후 2년 만인 이번 전시는 큰 딸 이혜선씨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전시장을 극장처럼 꾸며 어머니 사진을 간판처럼 걸고 미공개작과 미완성 작품, 대표작 등을 한자리에 모으겠다는 것. 딸과 함께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천 화백은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그의 생전의 마지막 전시가 될 지도 모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평생의 역작으로 꼽았던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와 ‘황금의 비’ ‘고’ 등 대표작 30여 점과 50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미공개작인 자화상 ‘단장’, 막내를 안고 있는 아이 아빠와의 단란한 나들이를 그린 ‘목화밭에서’ 등 6점도 소개된다. 또한 수채화와 펜화, 연필화 180여 점과 미완성 작품 42점도 선보여 그의 작품 전반을 되돌아보게 한다.

전시회를 기획한 박명자 갤러리 현대 대표는 “특히 천경자 화백의 드로잉에선 작가의 끝없는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며 “미술학도들에게는 크게 귀감이 되고 미술 애호가에겐 작가의 작품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천경자 화백은 강렬한 색채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확립했다. 각양각색의 꽃과 어우러진 나비, 새, 뱀 그림들로 그는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기도 한다. 꽃과 더불어 그가 관심을 가진 소재는 고독한 여성의 모습. 꽃 장식을 단 이목구비가 뚜렷한 여성은 슬픈 눈망울을 가지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독감을 느끼게 한다. 이 여성은 바로 작가 자신을 그린 것이다. 60년대 말부터는 아프리카, 인도, 중남미 등을 여행하며 이국 땅에서 본 정경들을 그렸다.

천 화백은 98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 93점을 기증한 데 이어 이번 전시를 마치고 추가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1점, 서울시립미술관에 2점을 기증할 예정이다. 문의 02-734-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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