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드라마는 ‘촌녀 신데렐라’판

올 봄 방송가에선 산골 오지나 섬마을 등 시골 출신의 순진 무구한 ‘촌녀’ 캐릭터를 내세운 드라마들이 대거 제작되고 있다. 지난해 삼순, 금순, 맹순이 등 당당한 ‘보통 여성’의 성공기가 큰 인기를 끌었던 데 비해 이번에 선보이는 드라마들은 착하고 순진한 시골 여성들이 잘난 남성들의 사랑을 쟁취한다는 ‘신데렐라’ 시리즈의 새로운 버전을 보여준다. 액세서리 디자이너, 요리사 등으로 성공하는 여성들을 다룬다지만 이는 남성들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한 보조 배경으로서 등장할 뿐이다.

KBS 월화드라마 ‘봄의 왈츠’(김지연·황다은 극본, 윤석호 연출)가 6일 방송을 시작하며 첫 테이프를 끊었다. 섬 마을 출신으로 낮에는 김밥을 말고 밤에는 좌판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등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서은영(한효주)이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과정과 어린 시절 첫사랑인 피아니스트 윤재하(서도영)와의 재회와 사랑을 다룬다. `봄의왈츠`의 한효주13일 첫 전파를 탄 MBC 월화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정유경 극본, 표민수 연출)는 강원도 산골소녀 김복실(정려원)과 죽은 옛 사랑과 똑같이 생긴 복실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영화감독 최승희(김래원)의 이야기. 복실이 서울 부잣집의 잃어버린 딸로 밝혀지면서 갑작스런 신분 상승을 이룬다.

4월 2일 시작하는 MBC 주말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배유미 극본, 김진만 연출)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산골 오지에서 올라와 청와대 요리사로 성공하는 여봉순(유진)이 주인공이다. 청와대에서 겪는 문화적 충돌과 대통령 아들 장준원(류진)과의 사랑이 코믹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이렇듯 순진한 ‘촌녀’를 내세운 드라마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데 대해 제작진 측에선 시청자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봄의 왈츠’의 제작사 ‘윤스 칼라’의 한상균 팀장은 “섬마을에서의 유아기적 사랑을 모티브로 삼아 누구나 경험했음직한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고,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제작사 ‘김종학 프로덕션’의 마종학 PD는 “맑고 순수한 복실을 통해 각박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싶었다”는 변을 내놓았다. ‘진짜 진짜 좋아해’의 조연출 이성준 PD는 “아직 보수적인 남성들이 남아 있는 사회에서 똑똑한 여성의 성공기는 거부감을 주며 여성 시청자들도 자기보다 잘난 여성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제작진의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반해 여성에 대한 오래된 환상에 의해 여성의 자아정체성과 독립성이 묻혀 버린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윤정주 모니터연구부장은 “최근 드라마 속에서 시골 출신 여성들을 내세우는 것은 배경만 바뀌었을 뿐 착한 여성들만이 결국 남성들의 사랑을 쟁취하고 성공한다는 남성 중심의 시각에서 이상적인 여성상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청자들이 착하고 순진한 여성들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좋아한다는 제작진의 얘기가 여성 경제 인구 1000만을 기록하고 사법연수원생의 30%를 여성이 차지하는 우먼파워 시대에 통할지는 미스터리다.

한국여성개발원 이수연 연구원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반복되는 원인을 드라마의 현실도피 기능에서 찾는다. 힘든 현실을 벗어나 쾌락을 추구하는 도구로써의 드라마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그렇지만 “여성 시청자들의 인식이 높아진 만큼  작가 및 제작진도 똑같은 설정을 반복하는 안이한 제작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