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의 생애-살암시난 살앗주’

“소개령으로 화순에 가서 남의 집에 빌붙어 살았지. 작은오빤 군대에 가고 큰오빤 따로 나가고 셋째 오빤 그때 시국에 죽어버렸지. 아버진 그 전에 돌아가시고 작은오빠하고 동생 둘하고 어머니랑 다섯 식구가 살았어. 작은오빤 군대갔는데 소식이 없어.”

일제 강점기에 제주도에서 태어난 고희출(74) 할머니는 4·3사건 등 제주의 뼈아픈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한 인물이다. 4·3 소개령 때 화순으로 갔다가 고향에 돌아와 동네사람들과 잿더미가 된 마을을 복원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제주도여성특별위원회가 발간한 ‘제주 여성의 생애-살암시난 살앗주’에는 일제 강점기와 4·3사건을 겪은 제주도 여성들 16명의 기구한 삶이 오롯이 녹아 있다. ‘살암시난 살앗주’란 ‘살다보니 살게됐다’는 뜻의 제주도 방언으로 그들의 험난한 인생을 단적으로 얘기해 주는 말이다.

제주도 인근의 작은 섬 가파도에서 태어나 어릴 때 섬을 나와 광주, 보성 등지에서 살았던 송정순(72) 할머니는 4·3사건의 와중에 부모를 잃고 15세 나이에 고아가 되자 다시 가파도로 찾아 들어간다.

8세에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 밑에서 구박덩이로 살아야 했던 송태하 할머니는 4·3사건 당시 한원리로 소개된 후 여자대한청년단으로 마을 경비와 토벌 활동에 차출되어 나갔던 경험이 있다.

‘제주 여성의 생애-살암시난 살앗주’는 이렇듯 할머니들의 생애를 구술이라는 장르를 통해 육성 그대로 실음으로써 여성의 시각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사라져 가는 제주방언의 원형을 채록, 수집한 보존물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제주도여성특별위원회 펴냄/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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