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의 박현욱 작가

“처음엔 단순히 연애소설을 구상했었죠. 그러다가 결혼제도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일부다처제에 대해선 묵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걸 뒤집어보면 안될 게 뭐냐’라고 생각했죠.”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로 1억 원 고료 제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박현욱 (39) 작가. 이 책은 어느 날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면서 이중 결혼하겠다고 나선 아내를 둔 남편의 이야기이다. 남성 작가가 소설 속에서 ‘일처다부제’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이 이채롭다.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회사원인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인아’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인아는 한 사람만 사랑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결혼과 연애라는 구속을 거부한다. 인아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고 설득한 끝에 결혼에 성공하지만 어느 날 아내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얘기한다.

우리나라에서 복혼은 불법이지만 결국 아내는 그 남자와 결혼하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온다. 주인공도 결국은 그 남자를 인정할 수밖에 없어 딸과 함께 4식구는 한 가족이 된다.

“일종의 ‘판타지’로 생각했어요. 결혼제도라는 게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음에도 한국 사회에선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기 위한 고민이나 노력이 없는 것 같아요. 동성과의 결혼제도와 같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죠.”

그는 “지금 사회에선 말도 안 된다 하겠지만 다른 시간과 공간에선 가능할 수도 있는 얘기가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를 보여주고자 모계사회로 살아가는 중국 소수민족인 모수족, 일처다부제가 남아있는 티베트와 인도 아프리카 종족 등 이에 대한 연구들을 소설에 끌어들인다. 또한 장마다 내용과 관련된 축구 에피소드가 함께 펼쳐진다.

“책 속에 축구를 끌어들인 건 충격적인 소재에 대한 일종의 완충장치였어요. 비현실적인 스토리에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죠.”

사회학도 출신인 박현욱 작가는 2001년 ‘동정 없는 세상’으로 제6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전작에서도 가족의 해체와 청소년의 성을 다룬 독특한 소재로 주목을 끌었었다. 아직 독신이라는 작가가 꿈꾸는 가족은 어떤 것일까.

“가족제도라는 게 필연적으로 억압성을 띠고 있어요. 앞으로 가족을 갖게 된다면 그런 부분들을 가급적 피하고 열린 가족을 추구하고 싶어요.”

소설의 마지막, 한 여자와 두 남자 그리고 딸은 결국 이 땅을 떠나 함께 뉴질랜드로 향한다. 작가는 “한국에서는 이들이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외국으로 보내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일처다부제라는 급진적인 소재를 택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남성 중심적인 시선을 벗어나지 못한다. 예쁜 외모에 능력 있는 여성, 섹스에 요리까지 못하는 게 없는 ‘슈퍼우먼’으로 설정된 여주인공은 다분히 비현실적이다. 이런 완벽한 여자가 “나의 섹스 판타지는 당신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남성들이 환상 속에서 그리는 이상적인 여성이다.

박현욱 작가는 “그것이 남성 작가로서의 한계”라고 인정하며 “여성 작가가 같은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쓴다면 좀 더 진보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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