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나라살림 남녀차별 없게 바꿔야죠”

‘여성신문’은 ‘GS리더(Gender Sensitivity Leader)의 시대’란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 남성 리더들의 대여성 마인드와 함께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여성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취재하고 자료화해 평등시대 남성과 함께 윈윈 파트너십을 이루어 가는 새 어젠다를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
이번 순서는 지난 연말 성인지적 예산 편성을 위한 테스크포스팀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 설치하기로 결정을 내려 주목을 끈 강봉균 예결특위 위원장이다.

강봉균(63)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장은 지난 연말 ‘단안’을 내렸다. 국회 양성평등포럼(대표 김춘진 이은영 박세환 이계경) 의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성인지 예산 테스크포스(TF)팀을 예결위 내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관료로서 30여 년간의 이력이 가장 실질적으로 국가정책의 양성평등 효과를 높여줄 2007년 예산안에 어떻게 반영될지 기대를 모은다.
강 위원장은 “남성예산이 따로 없듯이 여성예산이란 것 역시 없지만, 여성 의원들이 하도 억세게 나와 한번 (여성)예산을 따로 빼보자고 했다”고 농담반 진담반 말하면서도 “굳이 ‘여성’예산이라고 따지자면, 여성에게 특히 수혜가 많이 가도록 편성하는 방법일 텐데, 이 부분이 결국 보육 아니겠느냐”는 말로써 앞으로도 보육예산은 계속 증가할 것을 시사했다.
강 위원장은 공직생활 초기부터 ‘여성’을 들고 나오면 시비를 걸어오던 반대 인사들을 때론 “쥐어박기도” 하고 때론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하자는 데 웬 반대가 많으냐”며 면박을 주기도 했단다. 기저엔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여성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오랜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공식 프로필엔 여타 남성 인사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전문직여성(BPW) 한국연맹 황금상 수상(96)”이 당당히 적혀 있다.
- 최근 국회 예결특위 내 성인지예산 TF팀을 구성하기로 했는데, 그 배경을 알고 싶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사회였기에 국가 경영과 나라살림도 남성 본위였다고 생각해왔다. 이젠 남녀평등 사회를 넘어 여성의 사회 참여가 선진국 진입의 관건이 돼가고 있기에 국가 예산 구조에서의 성인지제도 도입은 충분히 검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 이번 국회에선 그동안 여성 의원이 거의 없었던 예결특위에 상당히 많은 여성 의원이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전체 예결위 위원 50명 중 여성 의원이 7명(김영주 이은영 장향숙 이계경 이혜훈 전재희 이영순), 게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계수조정소위에 여성 의원 3명(장향숙 이계경 이영순)이 포진한 것은 일찍이 없던 일이다. 특히 이영순 의원의 경우, 민주노동당에서 다른 남성 의원이 계수조정소위에 들어왔으면 하는 분위기였지만, 내가 ‘이영순 의원이 아니면 안 된다’고 배짱을 부렸다(웃음). 이제까지의 정치 경험으로 여성 의원들은 여성에 관련된 의제라면 당을 초월해 똘똘 뭉쳐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성인지예산 TF팀의 활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예측하는가.
“사실 정부에선 2003년부터 성인지 예산 도입을 위한 기초 준비를 해왔다. 성인지 예산 TF팀은 정부의 작업을 보다 발전시키고 구체화해 나가면서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을 점검하고 보다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여성’ 관련 예산 편성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우리나라 경제활동에 있어 여성 비율을 높여가야 하는 것은 하나의 과제다. 따라서 취업능력 향상, 취업 후 남녀 차별적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사업을 적극 지원해야 하며, 특히 그동안 여성에게 많이 부과해왔던 자녀보육의 책임을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해 높이는 예산을 증가시켜야 한다.”
- 올해는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해다. 지방의회 여성의 진출과 여성 단체장 탄생을 위한 효과적인 지원책이 있다면.
“시·도 의원 비례대표의 절반을 여성에게 배정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또 단체장 여성 후보의 경우, 국민참여 경선에서 선거인단의 여성 비율을 50% 선으로 유지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 그렇다면 여성할당제에 찬성하는가.
“아직도 우리나라 여성들의 지위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여성권한척도만 보더라도 80개국 중 59위를 나타내는 등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여성할당제를 비롯해 여성 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들은 당분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여러 사회 분야 중 여성 장벽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경제 분야인 것 같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의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은 많이 없어지고 있겠지만, 여성인력은 출산 전까지, 혹은 40세 이전까지만 근무하는 인력으로 간주하는 기업 분위기가 있다. 안정적이고 위험 부담이 적은 인력구조를 원하는 기업으로선 남성보다는 여성을 비정규직으로 선택하기 쉬울 것이다. 따라서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도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직장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무엇보다도 자녀보육 부담이 덜어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여성 정규직 비율도 올라갈 것이다. 반면 사회적으로 여성을 보호·지원하는 시스템에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여성 기업인들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여성 기업인들은 정치 분야와는 달리 국내를 넘어 세계 무한경쟁의 시장에 뛰어들어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여성 기업인이 다른 분야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봉균 위원장은
강봉균 국회 예결특위원장
강봉균 위원장은 관료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력을 걸어왔다. 노동부 차관, 경제기획원 차관, 정통부 장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그리고 재정경제부 장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끝으로 2002년 16대 국회에 진출, 17대 국회에 재선됐다(열린우리당, 전북 군산).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그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대한 진학 준비에 매달린 끝에 독학으로 서울 상대 진학을 이뤄냈다. 68년 제6회 행시에 합격,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서 30여 년 경제관료의 첫 발을 내디뎠다. 신병현, 김만제, 정인용, 나웅배 4명의 경제 부총리가 바뀌는 중에도 경제기획국장을 4년간 맡아 장수한 기록은 유명하다. 96년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보화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정보화 사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했다. 98년 김대중 정부 초기 그는 IMF 위기 해결사로 나섬으로써 다시 경제관료의 길로 돌아온다.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1년3개월간 일하면서 금융, 공공, 기업, 노동 4대 부문에 개혁의 틀을 마련, 실행했다. 재정경제부 장관 재임 시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도를 도입, 2000년 10월부터 시행케 했다.
 
강 위원장의 양성평등 이력서
강봉균 위원장의 양성평등 마인드는 일찍부터 싹텄음에 틀림이 없다. 사범학교 졸업 직후 초등학교 4학년을 맡았던 담임교사 때의 일화다. 반장 선거에 남학생 후보 일색인 것을 보고 비합리적으로 생각한 그는 여학생도 반장 후보로 나서도록 독려했고, 그 결과 3명의 남학생 후보와 1명의 여학생 후보가 경선을 벌여 여학생 반장이 탄생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정부관료로서 그의 친여성 마인드는 여러 가지 정책과 제도의 흔적으로 남게 된다.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 차관보 재직 시 제6·7차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에 ‘여성’ 개발부문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차관회의 의장 격인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장 시절, 정무(제2)장관실이 추진하던 여성발전기본법 제정과 여성발전기금 설치를 지원했고, 여성발전기금의 경우 초년에 100억 원을 출연케 하는 데 결정적인 조정 역할을 했다. 김영삼 정부 세계화추진위원회 실무위원장 시절엔 사시, 행시, 외시 합격자에 여성 최소합격 비율 10%를 할당하고, 육사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3군 사관학교에 여성입학제도를 도입했으며, 경찰대, 세무대 등에 여성이 적극 진출하도록 조치했다. 정계 진출 직전인 KDI 원장 시절엔 남성 중심 조직에서 여성 박사 3명이 수세에 몰린 것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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