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작가 모녀 멘토 양주혜·멘티 김아린

신년을 맞아 부모와 자녀가 서로 멘토·멘티가 되어 예술가의 길을 걸어가는 가족을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2월 11일까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길 끝의 길’이란 제목의 전시회를 개최 중인 국내 설치미술의 제1세대 작가 양주혜(50)씨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설치미술 작업을 시작한 신예 작가 김아린(27)씨이다.

‘색점을 찍는 작가’로 불리는 양주혜씨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점을 찍는 작업으로 유명한 제1세대 설치미술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캔버스에 한정되지 않고 공사장의 가림막이나 공공건물의 외벽, 달리는 열차의 외부, 횡단보도 등 공공의 공간에서 조각보나 수건, 이불 등 일상의 소재, 반야심경, 훈민정음 등 텍스트까지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다. 프랑스 문화원, 여의도 일신방직 사옥 신축 공사장, 광화문 문화관광부 청사 등 공공건물의 외벽을 장식한 작품들은 특히 주목을 받았었다. “무개성의 공적인 공간을 사적인 공간으로 바꿔 관객들에게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주고 싶었다”는 것이 공공건물 설치작업을 시도하는 이유라고. 또한 여성미술제에 참여하고 미술인회의 여성소수자분과에서 매년 개최하는 여성주의 미술 프로젝트 ‘가상의 딸’전을 후원하는 등 사회활동도 활발하다.
작가의 25년 작업세계를 중간 정리하는 이번 전시에선 ‘바코드’를 소재로 한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빛으로 바코드를 읽어 어떤 물건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그는 전시관 내부에 입체적인 바코드 설치물을 세워 관객들이 작품의 안팎을 드나들며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영상과 소리를 통해 바코드를 표현한 작업도 함께 전시된다.
양씨의 전시회를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딸 김아린씨 또한 설치미술 작업을 하고 있는 신인작가다. 양주혜씨와 문학평론가 김화영(65·고려대 불문학과 교수)씨 사이에서 태어난 김아린씨는 조소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요리와 연회경영을 공부한 뒤 파티 플래너와 레스토랑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요리와 조소 작업을 접목한 설치미술 작업을 겸하고 있는 독특한 경우. 2004년 1월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렸던 ‘이머징 V/W.M.W.(Welcome to My World)’전에선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커피타임을 재현하는 설치작품으로 먹는 행위의 상황을 역사적으로 탐구하며 주목받았다.
우리 시대 작가들의 얼굴을 재현한 2004년 9월의 단체전 ‘얼굴의 문학사-모노크롬에서 마스크까지’에선 외할머니인 홍윤숙 시인과 아버지의 사진을 응용한 작품을 출품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 이외에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 없다”는 김씨는 “항상 그림에 둘러싸여 있었던 집안 분위기와 엄마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미술을 전공하겠다고 결심하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얘기했다. 대학 전공을 결정할 때에도 응용미술을 공부하려던 김씨에게 “테크닉을 먼저 배우기보다는 조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어머니의 충고에 따라 조소과를 선택했으며 결과적으로 그 말이 옳았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씨가 자신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항상 ‘잘한다’고 격려해준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자 양씨는 “모든 걸 스스로 알아서 하는 딸이었다”며 딸의 성실성과 추진력을 칭찬했다.
“아린이가 지금 하는 작업도 넓은 의미의 ‘키친 아트’라 생각해요. 오히려 순수 예술 작업과는 달리 자본과 직결된 작업인 만큼 자신의 고집과 고객의 요구 사이에서 타협을 보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잘 해내더라고요.”
김씨는 딸이 미술가 어머니를 두지 않았으면 오히려 더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는 “최근에 신인 작가를 지원하는 대안 공간들이 많이 생긴 만큼 젊은 작가들은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며 딸을 포함한 신인 작가들에게 항상 새로운 작품을 기획하고 열심히 뛰어다닐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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