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송년문화 트렌드

매년 크게 다르지 않은 연말 거리 풍경. 그러나 송년 모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송년회 장소로는 여전히 고깃집이 강세이지만 20대 여성들은 ‘공연장’에서, 40대 여성들은 찜질방에서 송년회를 준비하는 등(취업포털 워크비 조사) 개성 있고 다양한 송년 모임이 등장하고 있다. 직장별 송년 행사도 임직원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공연을 즐기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특히 여성이 많은 기업과 부서를 중심으로 이런 변화는 두드러진다.
동원F&B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은 올 송년 행사로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심수봉 콘서트’에 가기로 결정했다. 전체 팀원 9명 중 6명이 여성인 이 부서는 평소 회식도 문화행사로 갖는다. 서정동 팀장은 “조직 내 여성이 많아지면서 술자리 회식은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며, 회사에서도 2차를 가급적 자제하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송년 행사가 술 중심에서 문화 행사로 변해가는 과정은 직장 내 여성인력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여직원이 많은 부서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망년회를 갖고 2차는 영화 관람 및 문화행사로 진행하기로 했다.
여성 직원이 80% 이상인 웅진코웨이의 ‘뷔셀’ 리빙디자이너팀은 올해 송년 행사를 장애 아동 시설인 다니엘복지원을 방문해 원아들과 함께 ‘만두 빚기 행사’를 진행할 생각이다.
모 화장품 회사는 1300여 명에 달하는 여성 직원을 위해 대규모 송년 파티를 열었다. 춤과 공연 등이 있었지만 술은 자제된 이 송년 파티에 이 회사가 지불한 금액은 1억 원이 넘는다. 지난 12일 한강 유람선에서 진행된 (사)한국여성벤처협회의 송년 모임에서는 여성 CEO들이 드레스와 한복을 차려입고 패션쇼, 무술 시범, 사교댄스 강습 등 다양한 행사로 진행해 새로운 송년문화 코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주 5일제 실시로 목요일 망년회가 늘어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쌍용자동차의 일부 부서는 금요일 밤에 떠나는 1박 2일 스키장 송년회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 신무림제지, 포스코 등은 뮤지컬, 연극 등 공연 관람을 테마로 정했으며, 한국 로레알, 테팔, 쉐라톤 워커힐 등은 가족·이웃과 함께 하는 송년 행사를 마련했다. 이외 다국적 제약사 한국 릴리는 가장무도회를,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사내 밴드 공연 등 눈에 띄는 행사를 진행했다.
기업 비즈니스 파티 전문기획사 ㈜파티앤프로모의 이선영 대표는 “지난해보다 이벤트성 파티를 의뢰하는 기업이 3배가량 늘었다”며 “기업 측에서는 비용 부담이 되겠지만 행사 후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각자 음식을 한 가지씩 준비해 파티를 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직장인 이유진(28) 씨는 친구 및 선후배들과의 송년 모임을 자신의 자취 집에서 열기로 했다. 이씨는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점보다는 서로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고, 편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 사이에는 사교 및 네트워킹을 중시하는 오피셜 파티(official party)가 일반화하고 있다. 마케팅 컨설턴트 송지희(30·가명)씨는 “거래처와 송년 파티를 열거나 혹은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파티에 참가한다”며 “지나치게 술을 권하거나 예의 없는 음담패설이 없는 파티문화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와인’‘하우스 맥주’ 등 주종별 애호가끼리 모여 ‘술에 취하지 않고 술을 즐기는’ 모임도 눈에 띈다. 이외에도 찜질방과 온천에서 지인들과 즐기는 송년 파티, 1박 2일 송년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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