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테크와 다른점

나를 만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재테크를 잘 할 수 있는지 묻는다. 그러면 나는 ‘재테크를 하지 말고 재무설계를 하라’고 귀띔한다. 그러면 ‘재무설계를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나요?’그러면 나는 ‘당신의 인생에서 돈은 얼마만큼 중요한가요?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요? 그 돈은 어디에 쓰실 거죠?’ 묻는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쎄요’라며 분명한 대답을 못한다. 그 이유는 돈을 벌어야 하는 목표가 막연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재테크 서적들, 부자 닮아가기 강좌 등 재테크에 대한 대중의 열기와 관심이 뜨거운데도 왜 사람들은 재테크에 성공하지 못할까? 이는 ‘재테크=재산 증식’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것으로 믿고 고수익을 따라 반복적인 투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로또에 당첨되기를 바라고 매일 로또 복권을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재테크식 투자 방법의 문제점은 분명한 목표 없이, 단기적인 수익률 게임을 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재테크가 아닌 재무설계를 하라고 권한다.
영어로 파이낸셜플래닝(financial planning)이라고 하는 재무설계 개념은 5년 전 국내에 처음 도입되어 국내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은 대부분 금융회사들이 재무설계 개념에 맞는 종합 자산관리를 표방하고 나섰다. 재테크에 열을 올리던 금융회사들이 왜 너도나도 종합 자산관리에 올인하는 것일까?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작전인 것이다.
몸이 불편한 환자가 병원에 가면 의사는 전문지식을 동원해 진단을 한다. 그리고 병의 원인에 대해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의논하면서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재활치료, 수술 등 치료 방법도 환자의 체질, 병의 종류, 경제여건 등에 따라 각기 다르다. 재무설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재무설계란 개인마다 각기 다른 개인의 ‘생애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주고 관리해 주는 일련의 과정이다. 재무설계는 돈을 벌게 해 주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인생주기에 걸쳐 일어나는 다양한 재무관심사에 대해 조언해주고, 개인의 재무상황이나 시장상황에 맞는 대안을 제시해 주고 실행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생애목표를 이룰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몇 년 안에 몇 억 만들기, 몇 십 배 벌기 등 단기간에 돈을 벌자는 재테크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이 단기간에 몇 억 벌었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쓸데없는 자신감을 갖지 말자. 나에게 적합한 나만의 자산관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재테크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나와 내 가족의 생애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재무설계를 하자.
이것이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맞는 현명한 자산관리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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