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수 ‘균형잡힌 삶’·방명주 ‘부뚜막 꽃’

여성의 일로 인식해오던 밥 짓기와 바느질을 소재로 삼은 두 여성 작가의 전시회가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열려 화제다. 천과 바느질을 이용해 여성성을 표현해온 서양화가 하민수(44)씨와 여성과 가까운 일상 속의 사물들을 근접 촬영으로 색다르게 표현해온 젊은 사진작가 방명주(35)씨가 그 주인공.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인사동 쌈지길에 위치한 갤러리 쌈지 지하 1층 제1·2전시실에서 나란히 열린다.
하민수 개인전 ‘균형잡힌 삶(Balance of Life)’에선 천 위에 박음질하는 작업을 통해 여성의 삶을 표현한 15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하 작가는 지난 10여 년간 바느질이라는 미술계에서 흔하지 않은 매체를 이용해 끊임없이 여성의식을 표출해온 작가. 바느질은 여성들만 하는 하찮은 작업이라는 편견으로 미술계에서도 배제돼 왔던 매체로 하 작가는 여성이 성적 대상화하는 것을 피하며 여성의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그는 여성의 몸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추상화된 형상으로 그려낸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한국의 40대 여성들이 결혼 생활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 속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민수 작가는 “균형(Balance)이란 억지로 추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서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라며 놀이와 같은 쉬고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런 생각이 작품 ‘아주 쉬운 balance’에선 물 위에 편하게 누워있는 모습을 통해, ‘Balance of Life’에선 공 굴리기라는 놀이 방식으로 얘기하고 있다.
같은 날 바로 옆 전시실에서 개최되는 방명주 사진전 ‘부뚜막 꽃’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 사회에서 ‘밥’이 갖는 사회적·심리적 의미를 나타낸 13점의 사진을 전시한다. 방명주 작가는 2003년 첫 번째 개인전 ‘트릭’에서 우리 주변의 낯익은 사물들을 다른 시각으로 포착했고 2004년 ‘마리오네트’전에선 삶을 조작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를 일상의 풍경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작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여성으로서 지니게 되는 딸, 아내, 며느리 등의 역할들 속에서 접하게 되는 사소한 사물들을 인공 조명 위에서 새로운 의미로 표현했던 두 번째 개인전 중 ‘판타스마’ 연작을 심화한 것이다. 부엌이라는 장소에서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밥 짓기에 대한 생각들을 사진 작업으로 풀어놓았다.
“밥 먹었느냐?”는 질문이 일상적인 인사를 대신하듯 한국 사회에서 가장 일상적인 소재인 ‘밥’을 새로운 시각과 형식으로 그려냈다. 가족에 대한 의무감과 먹고살기 위한 반복 행위로 매일 행해지는 밥 짓기의 행위를 표현하며 신성한 먹을거리로서의 생존의 의미, 한솥밥 먹는 가족이라는 식구의 범위, 가사일이 갖는 사회적 의미 등을 밥과 밥풀의 얽힌 관계를 통해 나타냈다. 방 작가는 “6년차 주부로서 쌀과 밥이라는 일상적인 소재가 새롭게 보여 시작했다”면서 “밥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온 일상임과 동시에 에너지원”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들을 기획한 갤러리 쌈지 양옥금 큐레이터는 “여성의 일상을 예술로 표현한 30대, 40대 두 여성의 작업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의 02-736-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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