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맞은 부산영화제를 다녀와서

관객으로, 영화제의 스태프의 일원으로, 그리고 기자의 신분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지 6년째. 열 살 된 영화제를 대하는 감회가 남다르다.
해마다 남포동 거리는 영화제를 찾은 수많은 관객들로 가득 메워져왔다. 조직위 측은 영화제가 이만큼의 위치로 성장해온 가장 큰 원동력은 ‘관객의 힘’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그러나 ‘관객의 힘’ 이면에는 과반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힘’이 있음을 조직위는 놓쳐서는 안 된다.
아쉽게도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여러 측면에서 남성 중심적인 구조가 보였다. 대다수의 실무 스태프가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네 명의 프로그래머 중 여성은 ‘와이드 앵글’ 부문의 홍효숙 1명뿐이다. 후발주자인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세 명의 여성 프로그래머가 활약했던 것이나 기타 영화제에서도 여성 프로그래머의 역할이 중추적이었던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또한 영화의 각종 수상작을 결정하는 심사위원단  8명 중 여성은 배우 이혜영씨뿐이다. 10주년을 맞이해 방문하는 사상 최대의 규모의 게스트 명단에서도 눈에 띄는 여성 영화인의 이름은 소수에 불과했다. 다양한 특별전에서도 여성 감독을 조망하는 섹션은 없었다. 한마디로 화려하고 성대한 잔치 속에 ‘여성’을 위한 공간은 협소하기 그지없다.
최근 우리 영화시장의 9월 한국영화 점유율이 74.4%를 기록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 우리 영화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한 해에 개봉되는 여성 감독의 장편영화의 수가 한 손에 꼽을 분량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뉴스는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20세 나이에 베를린영화제 최연소 황금카메라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사미라 마흐말바프 같은 여성감독이 이땅에선 나오기 힘든 것일까.
그 동안 아시아 영화를 발굴해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던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위상에 걸맞게 여성 감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여성의 눈’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남성 감독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한국 영화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관객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을 더욱 더 열광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비로소 ‘아시아 최고의 국제영화제’란 찬사가 한층 빛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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