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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6월의 인물로 선정된 김순애 한국부인회 회장(좌)

과 98년 7월의 독립운동가 김마리아선생(우).

보훈의 달이다. 올해도 국가보훈처에서는 보훈의 달 기념 거북이

마라톤 대회, 참전수기 및 호국문예작품 시상식 등 여러 행사를 마

련해 순국 선열을 기리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92년부터 광복회 회장단, 독립기념관 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국가에서 독립장 이상 추서받은 독립운동가를 ‘이달

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84명의 독립운동가가

선정되었다. 이 가운데에는 윤봉길, 이봉창, 김구 등 일제강점기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 바친, 위인의 반열에 올라 국가적으로 추앙

받는 위인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그러나 문화체육부가 90년 7월부터 선정사업을 시작한 ‘이달의 문

화인물’과 마찬가지로 ‘이달의 독립운동가’ 역시 기선정자들은

남성인물에 편중 돼 있다. 전체 84명 중 여성은 단 3명. 93년 8월의

독립운동가로 뽑힌 남자현, 97년 6월의 인물로 뽑힌 김순애, 98년 7

월의 인물로 정해진 김마리아가 전부다. 3.1운동의 주역인 ‘유관순

누나’도 이 목록에는 없다. 그나마 97년부터 여성인물을 한사람씩

포함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기에 세명이라는 수도 가능했다. 92년,

94-96년에는 아예 단 한사람도 여성 독립운동가를 찾아볼 수 없었

다.

물론 선정에 참여하는 광복회 회장단, 보훈처 담당자, 독립기념관

측에도 여성은 하나도 없다. 보훈처 관계자는 “기준에 따라 선정하

는 것이고, 업무에 남녀 가릴 것 뭐 있느냐”고 하지만 어쨌든 결과

적으로는 여성을 배제하는 관행이 자연스럽게 유지되고 있다.

보훈처의 담당 사무관은 “수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

다”고 일축한다. 아무리 찾아도 없기 때문에 선정할래야 할 수 없

는 것일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 본지가 창간호부터 연재한 ‘이야기

여성사’에서 발굴한 여성 독립운동가만 해도 간도에 이민 가서 독

립운동에 몸 바친 김신묵, 최초의 여성 광복군 신정숙, 광복군 김정

옥, 임시정부의 산증인 정정화 등 6명에 이른다. 이밖에 〈인물 여성

사〉를 보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이름없이 스러진 인물은 결코 적다

고 할 수 없다.

이달의 독립운동가는 각종 기념일에 관계된 사람, 순국·서거주기

가 5, 10년 주기인 사람, 건국훈장 독립장 이상 수상자 중에서 선정

된다. 건국훈장은 애족장-애국장-독립장-대통령장-대한민국장의 서

열로 나뉘어져 있다. 현재 여성으로 독립장 이상을 수상한 사람은

총 11명. 애족장은 30여명, 애족장은 대략 69명 남짓. 전체 8천3백66

명에 대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다.

역사학자 박은봉씨는 그러나 “여성들의 업적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 것도 사실”이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표나지 않는 온갖 궂

은 일을 도맡았던 이름없는 여성들이 국가 독립에 이바지한 측면도

재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은 3.1운동 80주년이 되는 해다. 류관순은 내년의 독립운동가로

내정돼 있다 한다. 80주년 기념도 의미있지만 류관순은 3.1운동의 상

징으로서 우선 선정되었어야 할 인물이다.

남성 독립운동가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여성의 뒷바라지나 숨은 내

조 없이는 불가능했다. 아니 남성 여성을 떠나 독립운동은 한 개인

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역사를 정리하고 평가하는 이들이 좀

더 여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역할이 바로 올바른 무게중

심을 찾고 진두에 선 영웅의 업적 못지않게 가려진 민중의 추동력을

찾아내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최이 부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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