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부터 ‘노후 직업’ 준비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는 책에서 “인생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50세를 전후로 해 ‘두 인생 체제’로 개혁할 것”을 주문한다. 은퇴나 정년에 연연하지 말고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제2의 직업을 찾아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30∼40대 직장인이 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서울지역 직장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후대책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30대 64.8%, 40대 74.9%, 50대 72.3%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해 30대도 노후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서울 종로의 한 행정고시학원은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야간강좌 2개 반을 개설하고 있다. 강좌당 정원은 100명이며,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야간강좌 수강생의 대부분이 30∼40대 직장인”이라면서 “3∼4년 전만 해도 정년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50∼60대 이상 수강생이 많았던 것과 비교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각 대학에서 운영하는 사회교육원이나 평생교육원, 또 경제 관련 단체에서 개설한 창업 강좌에도 직장인이나 주부들이 몰리고 있다. 숙명여대 평생교육원 교육과정 담당 김혜림씨는 “야간·주말강좌 수강생의 60∼70%는 창업이나 재취업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이며, 원예치료·영아보육전문교육·화훼장식기능사 강좌 등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출산·육아로 직장을 그만둔 홍성주(40·서울 구의동)씨는 대학에서 운영하는 보육교사양성과정을 이수한 후 1년 전 어린이집을 개설했다. 홍씨는 “구조조정으로 불안해하는 남편만 바라볼 수 없어 어린이집을 시작했다”면서 “남편의 명퇴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말했다. 비혼 여성 박모(38·서울 신림동)씨는 출판사 편집부장으로 있지만 최근 요리학원의 ‘창업’ 과정에 등록했다. 일어 학원도 다니는 그는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 자리가 불안할 뿐만 아니라 정년퇴직할 때까지 근무할 생각도 없기 때문에 평소 흥미를 느낀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숙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는 “몇 살까지 일을 할 것인지 인생계획을 세운 뒤 그 동안 일했던 분야에서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경험을 쌓아 노년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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