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가치와 모성 리더십

‘모성’의 문제는 여성주의 진영에서도 끊임없는 논란거리를 낳고 있는 이슈 중 하나이다. 모성이 ‘모성 이데올로기’로서 여성 억압적인 기능을 담당함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할 수 없는’ 중요한 여성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여성주의 가치와 모성 리더십’(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은 그 동안 어머니의 헌신과 희생을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하고 화석화시켰던 기존의 모성담론에서 모성적 경험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측면을 발굴하고 있다.
이화리더십개발원이 이화여대 여성학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여성 리더십에 대한 첫 번째 연구 결과물인 이 책은 정대현(철학) 교수의 논문인 ‘성기성물(成己成物): 리더십의 여성주의적 가치’를 주 논문으로 한다. 이화여대 여성학연구원 연구교수인 윤혜린(철학), 양민석(사회학), 김영옥(독문학), 정지영(여성사학) 등 4명이 각자의 연구분야에 따라 정 교수의 논문에 대한 토론문에서 개별논문으로 발전시켰고 이들을 단행본으로 한데 묶었다.
정 교수는 기존의 수직적, 권위적인 남성 중심적 리더십에 대한 대안을 ‘성기성물’(나의 이룸과 만물의 이룸은 맞물려 있다)의 명제에서 찾고 있다. ‘중용’에 나타난 성기성물의 명제가 여성주의 리더십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에 정 교수는 모성 양식을 ‘어머니의 가부장적 모성 양식’과 ‘어머니의 인간적 모성 양식’으로 나누어 전자를 극복의 대상으로, 후자를 발전시켜야 할 대상으로 구별한다. 이 같은 두 모성 간의 구분은 모성담론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지평을 마련한다.
나머지 네 편의 논문은 정 교수의 ‘어머니의 인간적 모성 양식’ 개념을 기본으로 어머니의 목소리로 재현된 모성을 탐색하며 제각기 대안적인 여성주의 리더십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들로 채워져 있다.
윤혜린·양민석 교수는 모성의 중요한 특징으로 ‘보살핌’의 행위를 제시한다. 보살핌의 행위가 사회적 관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여성주의 리더십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 김영옥 교수는 여성주의 리더십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해 자유로워져야 함을 지적하면서 “어머니의 육체와 새롭게 조우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being)와 됨(becoming)을 성찰하자”고 제안한다. 정지영 교수는 역사적으로 여성들의 리더십은 가부장제 안에서 ‘모성’이라는 옷을 입어야만 했다면서 이러한 순응적 여성 리더십을 경계하고 있다.
이 책은 기존 남성 위주의 리더십에 여성을 ‘끼워 넣는’ 것이 아닌 여성 리더십의 토대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모성 리더십을 모색하는 것은 여성주의 가치가 불어넣을 수 있는 다양한 가치 중 귀중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조형 엮음/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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