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선거에 부는 ‘여풍’

요즘 초등학교 각종 임원 선거전에서 여풍이 거세다. 기성세대의 기존 선거판에선 ‘여성 유권자는 여성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남자친구, 남편, 아버지가 지지하는 사람을 지지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 등의 근거 없는 통념이 판치고 실제 국회나 지방의회에 진출한 여성의 수가 상대적으로 훨씬 적지만 초등학교 선거전은 이와는 반대다. 여학생들이 스스로 단결해 같은 여학생 후보를 지지하고 당선시키는 것이다.

서울 역삼초등학교는 지난해 1, 2학기와 올해 1학기 전교 어린이회장이 모두 여학생이었다. 그리고 이달 9일에 있었던 2학기 전교 회장 선거에서는 회장후보 네 명 중 세 명이 여학생이었다. 아쉽게도 회장에는 남학생이 당선되고 차점자인 여학생이 부회장이 되었지만 총 투표자 수 454표 중에서 회장은 127표, 부회장은 110표를 얻어 여학생이 강력한 정치적 라이벌임을 보여주었다. 또 아깝게 탈락한 3위는 106표를 얻어 오히려 이 선거는 여학생들끼리의 치열한 접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5학년만 입후보할 수 있는 전교 부회장선거에서는 입후보자 두 명이 모두 여학생이어서 다시 한번 여풍을 실감나게 했다.

이번 전교 회장 선거에서 아깝게 부회장에 당선된 6학년 유하은 양은 “회장이 된 남학생은 전교에서 다 아는 유명한 학생이어서 당선된 것 같다”고 낙선의 안타까움을 전했다. 자신은 1학기까지 학급 임원도 한 적이 없어 전교에서 유명하지 않은 학생이었다는 것. 또한 “여학생 후보가 많이 나와서 여학생 지지표가 갈린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 학교에서 전교 어린이회 지도교사를 3년째 맡고 있는 담당교사 이승균(30대·여)씨는 초등학교에 ‘남자 반장, 여자 부반장’ 구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학생이 많이 뽑히는 이유로 여학생들의 리더십을 꼽았다.

“여학생들이 선거유세 때 또박또박 자기표현도 잘하고 통솔력도 있어서 선거에 나가면 여학생이 많이 뽑히는 편이에요. 실제로 여학생들이 임원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책임감이나 리더십이 강해지는 경우가 많죠.”

이 교사는 또한 “여학생들에게 학급 일을 맡겨보면 똑소리 나게 잘 하는 아이들이 많다”면서 “전교 회장이 되려는 여학생이 있으면 적극 장려한다”고 덧붙였다.

분당 서당초등학교 5학년 홍준기 군은 얼마 전 2학기 전교 부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아깝게 여학생에게 패했다. 총 다섯 명의 후보 중 여학생이 두 명이었는데 그 중 한 여학생이 당선된 것. “여자애들이 여자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서 당선된 것 같다”는 홍군은 “여동생을 선거 참모로 활용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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