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하얀 자화상’

극단 민예의 ‘하얀 자화상’(손현미 작, 정현 연출)은 정신발달지체 장애인의 문제, 아니 그를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장애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밝혀 있지는 않으나, 이 작품은 필경 어느 고장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 즉 여성 정신발달지체 장애인에 대한 집단적인 성폭행에서 소재를 가져온 듯싶다. 실제 나이 45세, 정신연령 10세로 설정된 주인공은 평생 바보라는 놀림과 천대 속에 살아오면서 자신의 순정과 나름의 소질이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 의해 묵살되는 아픔을 겪는다.
그녀의 호의에 찬 미소를 교태로 여긴 탓인지 그녀는 십수 년간 뭇 사내들에게 상습적으로 강간을 당해오던 중 임신까지 하게 되는데, 극에서는 비록 방법은 잘못되었지만 아이 아버지만은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암시된다. 그러나 그 남자 역시 불구자라는 이유로 남동생 둘은 결혼시키고자 하는 어머니와 여동생의 의견을 묵살하고, 갓난아기를 보육시설로 보내버려 그녀의 가슴에 못을 박는다. 그나마 돌보아 주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형제들은 그녀를 한 달씩 돌보기로 하지만, 여자의 뜬금없어 보이는 언행은, 엘리트연하는 첫째보다는 둘째가 동정적이지만, 거기에서도 목적은 그녀 몫으로 양보된 돈 때문인지라 계속 분란과 불화의 원인이 된다.
초상 치례로부터 시작되는 이 연극은 부분 부분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다소간 과장되긴 해도 연기자들의 적역과 열연으로 구성상 결점들을 많이 가려 준다. 특히 장미자(어머니  역)와 윤순옥(주인공 역)의 호흡이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견인차가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관객들의 대부분이 장애인이었다는 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 글을 쓰는 나 자신의 집안에도 그와 같은 조카딸이 있어 그러한 상황들에 대한 감정이입이 쉬웠던 편이다. 그러나 극의 짜임새나 진행이 다소간 느슨하게 느껴지는 대목들이 없지 않은데, 만일 그것이 이들에 대한 배려 때문이라면, 오히려 그럴수록 더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고 일러주고 싶다.
극은 결국 여자가 보호시설에서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간다움을 느끼고,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을 살려, 비록 여동생처럼 뮤지컬 배우로 실현시키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공연이 한국장애인단체협의회의 주최로 되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지만, 장애인만큼이나 장애인시설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이 결코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프로파간다적인 성격은 이해함 직하다.
연극 내내 열띤 반응을 보여 준 관객들에 대한 감동은 정작 극장문 밖에서 더욱 짙어졌다. 그 곳에 늘어서 있는 휠체어들 때문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 구호 소리가 요란해도, 정작 사람들로 하여금 예술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이로부터 좀더 사람답게 사는 길을 모색하게 하는 노력은 아직 태부족인 상태에서 이와 같은 기획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감회가 강해졌다. 무대장치도 간단한 만큼 이제까지의 전국 순회공연 못지않게 특히 각급 학교에서의 초청공연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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