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한비야의 구호현장 보고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7년간 세계 곳곳의 오지를 찾아다니고 이후 걸어서 국토 종단을 시도하며 그 경험들을 책으로 펴내 ‘바람의 딸’이란 별명을 얻은 한비야가 5년 만에 돌아왔다. 새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는 오지 여행가에서 ‘긴급구호팀장’이라는 생소한 직함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바람(Wind)의 딸에서 바람(Hope)의 딸’로 다시 태어난 그의 지난 5년간의 현장 보고서. 2001년 10월 국제적 비정부기구(NGO)인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해 아프리카의 말라위, 잠비아,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그리고 이라크와 네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거쳐 올 여름 북한까지, 그가 겪은 경험을 생생하게 써내려 갔다.
오지 여행 경험이 있었지만 구호 요원으로는 ‘초짜’인 그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에 부닥쳤다. 첫 근무지였던 아프가니스탄에선 본부에 30분마다 무전 신호를 보내는 것을 잊고 위험지역을 하루종일 돌아다녀 호되게 혼났고 아프리카의 말라위에선 현장 규칙을 어기면서 아이를 잃을 위기에 있던 부부에게 몰래 돈을 찔러주기도 했다. 쓰나미의 생지옥을 다녀온 후에는 한동안 고기는커녕 생선도 입에 대지 못하고 안면근육과 왼쪽 팔에 마비 증상을 겪었다.
여성으로서 구호 활동이 더욱 힘들었을 테지만 그는 여성이기에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음식을 서로 받으려는 전쟁통 속에서도 동양 여성이 마이크를 잡고 “줄을 서면 다 나눠준다”고 외치면 신기하게 잘 따라주었다. 이슬람 국가에선 여성을 교육하거나 돌보려면 여성이어야만 가능했다.
가족과 떨어져 위험한 구호 현장을 다니는 동료들을 보며 그는 ‘생물학적 엄마’이기를 포기했다. 대신 그에게는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몽골에 사는 세 딸이 있다. 월 2만 원이라는 작은 돈을 보냄으로써 얻게 된 소중한 딸들. 2만 원은 그 아이들의 미래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꾼 큰 돈이다.
“재미있는 세계 여행이나 계속 하지 왜 힘든 긴급구호를 하냐”는 물음에 그는 자신 있게 대답한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만드는 일”이라고. 그는 자기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힘있는 자에게 보태며 달콤하게 살다가 ‘자연사’하기보다는 힘없는 자와 나누며 세상의 불공평, 불평등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쪽을 택했다.

한비야 지음/ 푸른숲/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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