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여왕 대리 국가원수·군 통수권자 역할

캐나다 새 총독에 흑인 여성이 지명됨으로써 캐나다 역사상 첫 흑인 총독이 탄생하게 됐다. 또 현 중국계 여성 총독에 이어 비백인계 여성이 연이어 총독직을 수행하게 됐다.
캐나다는 매년 정책적으로 전체 인구(2004년 기준, 전체 인구 약 3200만 명)의 1%에 해당하는 새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있고, 특히 비백인계 이민자의 수는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현재 비백인계 캐나다인은 전체 인구의 약 8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데, 2017년에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폴 마틴 총리는 캐나다 27대 신임 총독으로 흑인 여성인 미카엘 장(Michaelle Jean)을 지명했다. 캐나다 최초의 흑인 총독 탄생을 의미할 뿐 아니라, 중국계 여성인 아드리안 클락슨(Adrienne Clarkson) 현 총독에 이어 비백인계 여성이 연이어 총독에 오르게 됐다. 이는 많은 캐나다인들에게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지명발표 다음날 대다수의 캐나다 일간지에는 “놀랍다(surprise)”라는 단어가 신임 총독 지명 관련기사 타이틀을 장식했다. 
폴 마틴 총리는 신임 총독 지명발표 기자회견에서 “캐나다는 새로운 희망과 신념을 갖고 이민 오는 모든 사람들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을 이념으로 하고 있다. 미카엘 장은 하이티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인 11세에 희망이라는 이민가방을 갖고 새로운 나라, 캐나다에 도착해 이러한 이념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여 캐나다 여성계와 방송계의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따라서 미카엘 장은 이러한 캐나다의 이념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인물”이라며 그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미카엘 장 신임 총독 지명자도 기자회견에서 “지명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지만 캐나다 시민으로서 어떻게 나의 권리를 찾을까 뿐 아니라 어떻게 나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하게 됐다. 캐나다의 위대한 힘은 변화의 힘이다. 실제로 여러 사회활동과 방송계에서 일하는 동안 많은 캐나다인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이 변화되고 있는 것을 경험했다. 예를 들어, 흑인이 전하는 뉴스는 신뢰할 수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러한 캐나다의 변화의 힘을 인지해 캐나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지명소감을 밝혔다.
이번 지명에 대해 정계에서는 현재 비과반수 정부인 자유당 정권이 수세를 만회하고자 유색 이민자들의 표를 노린 정략적인 발표라고 비난했다. 반면, 여성계 및 여러 비백인계 시민단체는 “여성 및 비백인계 이민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긍정적인 지명”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흥미로운 것은 현 총독과 신임 총독지명자 사이에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먼저, 두 사람 모두 캐나다 밖에서 태어난 난민이민자 출신이다. 현 총독은 1939년 홍콩에서 출생해 1942년 가족 모두 난민으로 캐나다에 이민을 왔다. 올해 48세인 신임 총독지명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인 하이티에서 출생, 68년 가족 모두 난민으로 캐나다에 정착했다. 역대 총독 모두 캐나다 출생 백인이고, 아직도 백인이 캐나다 전체 인구의 약 8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센세이션한 일로 간주될 수 있다.
현 총독과 신임 총독지명자는 모두 비백인계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대학에서는 각각 영문학과 유럽비교문학을 전공했고, 후에 모두 백인 남자와 결혼하여 상당히 유럽화된 삶을 살고 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화려한 경력을 가진 언론인 출신으로, 각각 캐나다 국영방송국인 CBC(영어권)와 SRC(불어권)에서 여러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신임 총독지명자는 지명 전까지 SRC 저녁 10시 뉴스를 진행한 앵커의 경력을 갖고 있다. 캐나다 여성계에서는 두 사람 모두 여성의 인권, 특히 이민자 여성인권운동에 적극 참가한 진보적이고 존경받는 인사로 평가하고 있다.
99년 10월에 취임한 아드리안 클락슨 현 총독은 캐나다 최초의 비백인계 총독이며, 최초의 여성총독(1984∼90)인 잔느 소배에 이은 두 번째 여성 총독이다. 
영연방국가인 캐나다의 국가원수는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며, 캐나다 총독은 영국여왕을 대신하여 국가원수의 역할을 하게 된다. 총독은 캐나다 총리가 후보자를 지명하고 영국여왕이 임명하는 형식으로 선출된다. 실권이 없는 상징적인 지위이지만 법률적으로 캐나다 군대의 통수권자이다. 상원과 하원에서 의결된 법안의 최종 승인자로서의 역할을 하며 임기는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 
제27대 총독 취임식은 오는 27일 캐나다 상원에서 거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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