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적 관점의 방송심의 가이드라인’ 발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팀(팀장 강혜란)이 최근 방송 제작·심의 시의 규정과 설명, 사례를 담은 ‘성평등적 관점의 방송심의 가이드라인’을 펴냈다. 이 책에는 성역할 왜곡, 외모 지상주의, 성폭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방송에서의 사례가 담겨 있어 방송 심의 뿐 아니라 방송 제작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성역할 왜곡은 방송에서 여성 차별과 관련해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부분.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들에선 여전히 남존여비, 남아선호, 가부장제를 강화하거나 순결의 주체를 여성으로만 국한하는 등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2004년 9월 3일 방송된 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 출연한 탤런트 김성원이  “며느리라는 직책이 뭐니뭐니해도 홈런을 때려야 되거든, 아들을 낳아야지”라고 한 표현은 가부장제 남아선호 사상이 드러나는 부분. SBS ‘일요일이 좋다’에선 남성들이 파트너인 여성을 안고 진행자의 지령을 수행하는 등 여성들을 게임의 도구로 전락시켰다. 게임에서 여성에게 남성을 유혹하기 위한 ‘섹시 댄스’를 추도록 하는 것도 여러 오락프로그램에서 많이 보아온 장면이다.
외모 차별은 출연자의 외모를 웃음의 소재로 삼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자주 나타나며 보도,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표현들이 사용됐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선 출연자의 얼굴을 ‘똥물’ ‘폐품’이라 표현해 외모를 혐오의 대상으로 묘사했다. KBS ‘아침마당’에선 남자 진행자가 라틴 댄스 동호회를 소개하자 여자 진행자가 “그럼 신체가 평균적으로 34-24-36?”이라고 하며 외모만을 중심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오락 프로그램들에선 게임을 통해 상대 성의 출연자를 안아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성희롱의 요소가 발견됐다. 특히 드라마에선 여성이 동의하지 않는 폭력적 성희롱이 전체 맥락 속에서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많다.
이 외에도 한부모, 이혼가족, 재혼가족, 동성가족, 입양가족 등 특정한 형태의 가족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해 부모와 아이들이 있는 가정만을 정상 가정으로 표현하며 가족 형태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도 지적됐다. 또한 미망인, 미스, 올드미스, 여사, 과부, 여류, 출가외인 등의 언어도 가부장적이며 성차별적인 표현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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