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나만의 방송국 차린 CJ(사이버자키)

학창시절 누구나 DJ에 대한 추억이 있다. 60년대엔 화려한 말솜씨로 손님들을 사로잡았던 음악다방의 ‘뮤직박스 DJ’가 있었고 70∼80년대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DJ가 청소년들의 우상이었다. 인터넷 시대인 21세기의 청소년들은 직접 방송국을 차리고 스스로 DJ가 된다. CJ(Cyber Jockey)라 불리는 온라인상의 DJ가 요즘 1020세대에 인기다.
CJ란 인터넷상에서 ‘윈앰프’등의 음악 프로그램과 메신저나 채팅 사이트를 통해 청취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음악을 선사하는 개인 DJ를 말한다. MP3 음악파일이 대중화하면서 컴퓨터와 마이크가 달린 헤드폰인 헤드셋만 있으면 누구나 라디오 DJ처럼 인터넷을 통해 방송을 할 수 있다.
CJ의 역사는 MP3의 발전과 그 맥을 같이 한다. 90년대 후반 MP3 공유 사이트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2000년 가장 유명한 ‘소리바다’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99년 개인음악방송국 전문 사이트인 ‘인라이브’가 서비스를 시작했고 인터넷 메신저 ‘씨프렌드’는 메신저에 음성기능을 추가해 음악방송이 가능하도록 하고 CJ를 모집하기도 했다. 채팅 사이트와 메신저를 이용한 개인 CJ가 늘어나자 2002년 커뮤니티 채팅 포털사이트인 ‘세이클럽’에 정식으로 음악방 메뉴가 생겼고 비슷한 시기에 ‘한게임’ ‘넷마블’ 등의 게임포털 사이트에도 음악을 들으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음악방송국 메뉴가 생겨났다.
현재 ‘세이클럽’음악방에는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2000여 개의 방송이 동시에 열리고 1만5000여 명의 접속자가 드나든다. 채팅에 접속하지 않고 음악만 듣는 청취자의 수는 그 두 배가량이다. ‘넷마블’에는 2300여 개의 음악방송 클럽이 존재한다.
손쉽게 CJ의 음악방송을 찾아 들을 수 있고 CJ를 지원하는 음악방 메뉴가 생겨나면서 CJ들이 모여 결성한 방송국이 시작됐다. 일종의 클럽이라 할 수 있는 방송국에는 CJ뿐 아니라 매니저, 작가, 헬퍼, 웹디자이너 등 다양한 업무를 분담하는 인원이 생겼고 오디션을 통해 CJ를 선발해 고정 방송 시간을 할당하기도 했다. 급여를 받는 직업도 아닌 CJ에 그토록 열중하게 만드는 매력은 무엇일까.
‘세이클럽’ 음악방의 ‘리얼캐스트’ 방송국에서 CJ로 활동하고 있는 이은향(21)씨는 “라디오 방송을 오랫동안 들어왔지만 그보다 훨씬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2001년 고2때부터 CJ로 활동해 온 그는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우연히 음악방에 들어가면서 매력을 느껴 시작했다. 할당된 정규방송 시간을 지켜야 하는 책임감을 느꼈고 방송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힘들었던 시절을 극복할 수 있는 인생의 전환기가 됐다고. 
‘세이클럽’ 서비스 운영팀에서 음악방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함종호(25)씨는 CJ를 즐기다가 직업이 된 경우. 3년간 CJ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함씨는 CJ의 매력을 “스타가 된 느낌이 든다”고 표현했다. 또한 “대인관계에 소극적한 사람들이 얼굴을 가린 채 목소리만으로 활동하면서 적극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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