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서울, 부산 등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곳부터 동사무
소를 폐지하기 시작하여 2000년까지
전국의 읍·면·동을 완전히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폐
지하는 사무소는 주민복지센터로 전환
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계획에
는 올 하반기에만 약 9천명의 인력을
감축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주민 복지시설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긍정적인
측면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필연적으
로 생기는 약 9천여명에 달하는 실업
인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떠한 형
태의 주민복지센터이며 운영을 담당할
인력은 확보되어 있는가의 문제가 남
는다.
전문가들은 문화자원봉사자의 활성화
가 문제의 해결방법이라 입을 모은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은 97년 문화시설
에서 운영하는 자원봉사활동의 실태를
파악했다. 조사에 의하면 대상 문화시
설 가운데 64.4%가 자원봉사를 활용
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의 68.
4%가 초·중·고둥학교 학생, 35.5%
가 대학생인 점을 볼 때 성적, 학점과
관련된 참여라는 것, 담당업무도 단순
안내나 청소(77.6%) 등 단순차원에 그
치고 있다.
또 문화시설, 기관의 자원봉사자에
대한 소극적 자세 역시 이 제도의 효
율적 운영에 방해요인으로 꼽힌다. 한
국문화정책개발원의 정갑영 수석연구
원은 자원봉사자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 교
육, 관리하며 시설 직원들과 중재역할
을 하는 전문적인 자원봉사관리자가
없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외국에서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책
임지는 조정자를 자원봉사디렉터라 부
른다. 그들은 유급직원, 파트타이머,
자원봉사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민간기관 뿐 아니라 공공기관
내에도 이들을 두고 있다.
전문적인 자원봉사관리자는 왜 필요
할까.
자원봉사관리자 양성은 이들을 문화시
설, 기관에 고정 배치함으로써 자원봉
사 활성화를 꾀할 수 있고, 문화영역
에서 전문직종을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온다. 우선 자원봉사관리
자가 하나의 직종으로 창출될 수 있
고, 정규직을 대신한 자원봉사자의 다
양한 업무가 개별 직종으로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국내에서도 문화자원
봉사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14일 개원한 은평
일하는 여성의집에서는 국내 최초로
문화산업의 선도역이 될 수 있는 여성
인재를 집중 양성코자 ‘문화촉매요
원’양성과정을 신설했다. 21세기 유
망 고부가가치산업인 문화산업에서 여
성인력은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부문
이라는 판단에서다. 약 3개월 과정으
로 ‘문화자원봉사자’, ‘문화공연기
획교육과정’, ‘문화아카데미’ 강좌
를 마련, 문화봉사자의 역할과 의무,
현장교육 및 실기 등을 가르친다.
지난 겨울 창립한 문화관광분야에 초
점을 맞추어 여성자원봉사자를 양성하
는 (사)볼런티어 21도 이와 같은 맥락
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문화복지협
의회도 6월 4일부터 ‘문화봉사자 교
육’을 약 3개월에 걸쳐 실시할 예정
이다.
문화자원봉사자를 키우는 것은 다른
이유로도 중요하다. 한국문화복지협의
회 이중한 회장은 “직장이 어떻게 바
뀌고 있나.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수입에 상관없이 여가는 늘어나고 있
다. 노동하지 않는 아머지 시간을 어
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문화가 바뀌
고 산업이 바뀐다. 비효율적인 단순노
동직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보다 보
람과 창의성, 새로운 정보산업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문화자원봉사자 양성
이 더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최이 부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