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답례로 술 권유 성희롱 아니다”…차별개선위가 상고

서울고등법원(특별11부)이 5월 26일 “초등학교 교감 K씨가 교장에게 술을 따를 것을 여교사에게 권한 것은 성희롱이 아니다”라며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위원장 장하진 여성부 장관, 차별개선위)를 상대로 낸 성희롱 결정처분 취소 청구 항소심에서 K씨 승소 판결을 내리자, 여성부를 비롯한 교육·여성단체들이 “시대를 역행하는 판결”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재판부는 “K씨의 언행은 교장에게서 술을 받은 여교사들이 술잔을 비우지 않고 답례로 술을 권하지 않자 ‘부하 직원이 상사의 술을 받았으면 답례로 술을 권하라’는 차원에서 말한 것으로 보이며 성적 의도는 담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차별개선위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차별개선위 소송 대리인인 이명숙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교감 K씨에게 성적 의사가 있었느냐가 아니라 피해자인 여교사가 수치스러움을 느꼈는지 여부”라며 “99년 성희롱 관련 법률 조항이 제정됐음에도 재판부가 법이 제정되기 전인 98년 대법원 판례를 참고해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과 남성 법조인들의 인식의 벽이 높음을 확인한다”며 “이 달 중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에 상고되면 3개월 안에 최종 판결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8개 단체는 5월 29일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교직 사회에서 직속 상사인 교감이 신분을 이용해 교장에게 술을 따르라고 강요한 것은 분명한 인권침해”라며 “해당 여교사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은 명백한 성희롱”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희롱을 판단하는 기준은 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미풍양속이라는 이유로 피해 여성의 감정적인 부분까지 재단하려 한 재판부의 판결은 시대를 거스르는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교감 K씨는 2002년 9월 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3학년 교사 전체 회식 자리에서 교장이 따라준 술잔을 비우지 않은 여교사들에게 “잔을 비우고 교장선생님께 한 잔씩 따라 드리세요”라고 2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있던 여교사 C씨는 K씨가 자신에게 술을 따르도록 강요했다며 차별개선위에 신고했고, 차별개선위는 2003년 4월 K씨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정, ‘시정권고’를 결정했다. 이에 불복한 K씨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정법원은 K씨의 행동이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차별개선위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재판부는 최근 K씨의 손을 들어줬다.

99년 만들어진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 법률’ 제1장 제2조 2항에 따르면 ‘성희롱이라 함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기타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성희롱의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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