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입양 트렌드

지난 5월 11일은 올해 처음으로 제정된 입양의 날이었다. ‘가정의 달 5월에 한 가족(1)이 한 아동(1)을 입양하여 건강한 새로운 가족(1+1)으로 거듭나자’는 의미의 운동을 벌이며 입양의 날을 제정할 만큼 국내에서 입양 문화가 공개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입양은 전통적인 혈연중심 문화의 영향으로 아동을 위한 입양이 아닌 부모의 필요에 의한 비밀 입양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004년 많은 사람을 눈물짓게 했던 SBS의 ‘사랑의 위탁모’나 뒤이어 방송됐던 ‘왕꽃선녀님’ ‘아일랜드’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의 드라마에서도 입양아를 다루면서 입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또한 윤석화, 김진아 등 연예인들의 공개 입양 사례가 소개되고 최근 다양한 형태의 가족문화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증가하면서 국내 공개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들도 높아가고 있다.

‘사랑의 위탁모’ 공동 MC로 유명해진 한연희 한국입양홍보회 회장은 친생자 1명과 입양 자녀 3명, 위탁 자녀 2명의 5남 1녀를 두고 있는 어머니이다.

한 회장은 “비밀 입양은 현실도피적인 발상이며 입양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도 자기가 누구인지 알고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내 공개 입양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아직까지 입양 건수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입양된 아동의 수는 2001년의 1770명 이후 2002년 1694명, 2003년 1564명 등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2004년 1641명으로 약 1%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해외 입양은 2001년 이후 해마다 조금씩 줄고 있으며 2003년 2287명에 이어 2004년 2258명을 기록했다.

사회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분야는 공개 입양의 비율 부분이다. 홀트아동복지회 홍보과 이현주씨는 “홀트 내의 수치 기준으로 2003년 26.1%였던 공개 입양 비율이 30.9%로 늘어났다”고 소개했다.

공개 입양을 결정한 부모들은 입양아 가족모임 등을 통해 활발한 연대활동을 벌이고 있다. 각 입양기관에서는 지역별로 정기적인 모임을 개최하고 있으며 한국입양홍보회 홈페이지에는 공개 입양 가정들을 위한 블로그가 따로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정부도 해외입양의 축소를 장려하면서 국내 입양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2005년부터 입양 아동에 대한 의료급여(1종) 혜택을 부여하고 국·공립 보육시설 우선 입소, 중·고교 수업료 면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장애 입양 아동의 경우에는 양육보조금으로 월 52만5000원과 연 240만 원의 의료비 지원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아동정책과 권상칠 사무관은 이러한 제도들을 소개하며 “기존의 지원제도 외에도 앞으로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입양 시에 부모와 혈액형이나 외모를 맞추고 입양한 아기를 가정에서 출산한 것으로 속여 친자로 입적하는 불법행위가 행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통과됐고 2008년부터 시행될 새로운 신분등록제에서는 15세 미만의 양자를 입양할 경우 호적에 친생자로 기재된다는 조항이 있어 입양아, 입양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