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협 여성위 “남성 우월 의식화로 양성평등 역행”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주기도문·사도신경 연구특별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기도·사도신경 새 번역안에 대해 주기도문 안의 ‘아버지’ 칭호를 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KNCC 여성위원회(위원장 한국염 목사)는 5월 10일 연구특별위원회와 좌담회를 갖고 위원회 측에 “아버지 칭호문제를 이른 시일 안에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여성위원회는 주기도문 안의 ‘아버지’ 표현이 “양성평등 시대를 지향하는 현대사회에 비춰볼 때 시대 문화적 흐름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꾸준히 삭제 혹은 변경을 주장해 왔다.

여성위원회 정혜선 부장은 “‘여자는 교회 안에서 잠잠하라’는 바울의 신학이 목사, 장로, 남자 권사 순으로 순위를 가르고 그 문화와 정서가 체화돼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악용되어 왔다”며 “마찬가지로 ‘하나님 아버지’라는 외움을 통해 하나님 형상 자체가 아버지, 남성이 교회의 우두머리인 것으로 이념화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여성위원회에 따르면 연구특별위원회가 만든 새 번역안의 둘째, 셋째, 넷째 줄(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의 ‘아버지’는 원래 ‘당신’이란 뜻으로 번역되어야 하지만 연구특별위원회가 우리나라 정서상 ‘아버지’라 사용해야 하고, 여성위원회의 제안에 대해선 본문에 손댈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장은 “5월 17일 여신학자 중심으로 여성연구회가 꾸려져 주기도문의 ‘아버지’ 부분을 새롭게 번역하고 향후 공청회를 여는 등 대안에 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연구특별위원회에는 59명(KNCC 22명, 한기총 37명)의 위원 가운데 여성이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여성위원회의 주장에 대해 KNCC는 실행위원회를 통해 여성 위원을 포함한 번역 모임을 다시 가지도록 합의했으나 국내 대표적 보수 교단들로 이뤄진 한기총은 가을에 열리는 교단 총회에서 새 번역안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도록 교단들에 전달한 상태다. 교단 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될 경우 새 번역안 주기도문을 사용하게 된다.

여성위원회는 교단 총회에 앞서 이르면 7월 여신학자들이 만든 주기도문 번역안을 교단 총회의 총대와 총회 안건을 뽑는 위원회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여신학자, 목회자, 신도 등 일부 교계 여성들은 여성위원회의 주장에 지지를 표하고 있다. 교회여성연합의 한 관계자는 “하나님은 성을 초월한 존재이기 때문에 개정을 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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