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천군 전곡리 유적 최초 발견한 그렉 보웬/이상미씨 부부

5월 5일 제13회 경기 연천 전곡리 구석기 축제장에서 사인회를 연 전곡리 유적의 최초 발견자 그렉 보웬(53), 이상미(52)씨 부부를 만났다. 동두천 미2사단 헬리콥터 기상관으로 근무했던 보웬씨는 78년 초 이상미씨와 함께 한탄강변에서 우연히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발견해 세계 고고학계와 한국 구석기 역사를 바꿔놓은 인물이다.

연천군의 초청으로 28년 만에 가족과 함께 한국 땅을 다시 밟은 보웬씨는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발견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연인이었던 이상미씨도 함께 기뻐했다고. 이번 방문에 맞춰 연천군으로부터 명예군민패를 받은 이들 부부는 “구석기 유물을 발견했던 황량한 벌판이 구석기 유적지가 되어 매년 수십만 명이 찾아드는 곳이 됐다”며 신기해했다.

보웬씨의 아슐리안 주먹도끼의 발견은 70년대 말까지 석기의 존재 유무로 동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으로 구석기 문화를 양분하던 모비우스의 학설을 바꾸는 증거가 되어, 세계 구석기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했다.

약학을 전공하는 스무 살의 대학생 딸, 남편과 함께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 거주하고 있는 이상미씨는 “전곡리 유적 발견 당시 함께 했던 특별한 인연으로 더욱 행복한 부부로 살아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매번 유적 발굴 현장을 찾아 나선 남편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에 힘든 적도 있었지만 그는 “남편은 고고학자이면서 석기 자료 등을 직접 그리기를 좋아하는 예술가”라며 자랑스러워했다. 현재 리조트 회계 파트 일을 하는 그는 퇴직한 남편을 대신해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열혈’ 커리어우먼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적 발견 후 미국으로 돌아간 보웬씨는 애리조나대에 진학해 고고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과 세계 곳곳의 발굴현장을 누비는 고고학자로 활동했다. 그는 “앞으로 고고학계에 세계적인 기여를 더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아내의 나라, 한국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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