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봄이 되면 한바탕 꽃에 미친다. 장작개비처럼 뻣뻣하고 삭막하게 깡말라 있는 나뭇가지에 어느 날 눈이 트고 순이 올라온다. 얼어붙고 단단한 땅 속으로부터도 어떻게 그 연약한 순이 돋아나올 수 있을까. 참 기이한 조화라 아니할 수 없다.

생명이 가장 약한 것도 풀 한 포기라 할 수 있고 가장 강한 것도 풀 한 포기라 할 수 있다.

요즘 주말이면 꽃 도매시장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한련, 베고니아, 이탈리아 봉숭아 등 여름 내내 즐길 수 있는 꽃들을, 금낭화, 뫼발톱, 무스카나, 튤립 등의 야생화들을 주문하며 야생화며 일년초며 아름다운 꽃들로 집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꽃들을 고른다. 가게 아주머니는 힘이 많이 빠진 듯이 보이고 정신이 없는지 셈도 천천히 한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 철쭉, 라일락이 차례로 바통을 주고받으며 꽃을 보인다. 꽃 지고 잎이 자리를 차지하면 연녹색은 초록으로 바뀌어가고 신록이 푸르다 싶으면 어느새 녹음이 짙어져 이글대는 태양과 맞대결을 해내는 여름이 되는 것이다.

꽃과 풀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우리 생활공간에 에너지원으로서도 좋은 역할을 한다. 아파트 베란다 바닥엔 대개 타일이 깔려 있는데 타일에 햇볕이 반나절 내리쬐면 타일바닥은 따끈한 열판이 되어 종일 열을 뭉글뭉글 내쉬게 된다.

그렇지만 타일 바닥 위로 꽃 화분을 몇 개 올려다 놓으면 햇볕을 화분이 받아 처리한다. 수분으로 온도를 낮추고 산소 동화작용도 하여 공기도, 온도도 잘 조절하게 된다. 베란다 가득히 꽃 화분을 늘어놓거나 작은 채소밭으로 만들어 놓으면 꽃이 보기 좋을 뿐더러 생산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도로는 전부가 아스팔트로 덮여있다. 아스팔트는 대기로부터 수분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땅속으로부터 수분을 빨아올리지도 못한다. 이 아스팔트가 태양열을 받아 열판으로 변하고 도심의 빌딩들도 모두 4각 열판의 집체가 되는 것이다.

이들을 어떻게 보다 저온화할 수 있을까. 나대지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쉬울 것이다. 나대지는 물을 머금고 있고 수증기를 증발하기 때문에 열이 내리쬐어도 도로 내뱉어서 온도를 계속 담고 있지는 않는다. 게다가 꽃이나 나무가 있으면 두 단계의 열 수용 처리 단계를 지나므로 온도와 습도 유지가 좋게 된다.

서울에 한 평 공원 만들기 운동은 그래서 참 요긴한 운동이다. 골목길 한 평 자투리땅이나 전봇대 주변은 몰래 쓰레기 버리는 곳이 되기 십상인데 이런 곳에 나무 한 그루 풀 몇 포기, 꽃나무 몇 그루를 심어 놓으면 잠깐 쉬고 가는 휴식의 자연 공간, 생활녹지 공간이 확보되는 것이다. 생활 녹지 공간의 의미는 다양한 생명이 보이게 안보이게 활발히 살고 있는 생명공간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베란다에다 화단을 만들면 바로 우리 스스로 생명 공간의 창출자, 생물 다양성의 보호자가 되는 것이다.

이정자 녹색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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