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열망 성취욕의 대상이 '왕자'일 뿐…여성성 넘는 강인함 보여줘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동화 속 다른 공주들과는 달리 사랑 때문에 고통을 겪는 비극적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인어공주는 '사랑' 때문에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쳤을까?

깊고 깊은 바다 속에 살던 인어공주는 생각이 깊고 호기심이 많은 소녀였다. 그녀의 가슴엔 가보지 못한 인간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했다. 사람들의 세상에는 자유가 있었고 아름다운 꿈이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300년을 살아도 인어는 죽으면 물거품으로 사라지지만 사람은 영원히 사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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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우리에겐 왜 불멸의 영혼이 없나요? 단 하루만이라도 인간이 되어 별 너머에 있는 찬란한 세계에 가볼 수 있다면 제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 않겠어요. 어떻게 하면 영혼을 얻을 수 있나요?"

인어공주의 키워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녀는 영혼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것이 인간에게 진실한 사랑을 받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제 왕자는 그녀에게 '소망과 행복'을 가져다 줄 성취 대상이 된다.

만약 인어공주가 왕자의 사랑에만 목을 맸다면 그녀는 참으로 비참한 여주인공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왕자를 죽이면 인어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그녀는 칼을 바다 속으로 던져 버리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 과연 그녀는 한갓 물거품으로 사라졌을까? 아니다. 그녀는 더 높은 곳, 공기의 정령들과 함께 있게 된다. 이제 그녀는 '스스로' 불멸의 영혼을 만들 수가 있었다.

인어공주의 캐릭터는 매우 이중적이다. 왕자는 그녀를 매우 헌신적이라 여겼으며 그녀 또한 왕자를 위해서라면 생명까지 바칠 거라고 공공연히 다짐한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인어공주는 '여성성'의 성역할에 매우 충실해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전혀 다른 자아가 보인다. 그녀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실현하고 싶어했다. 왕자와의 사랑은 꿈을 이루기 위한 매개체라고 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그 꿈을 성취한다. 그녀의 행동 또한 유약한 이미지와는 자못 다르다. 그녀는 매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과감한 도전과 강인한 결단력을 보인다.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은 내면적 능동성을 갖추고 있다. '사랑' '생명' '신앙'의 범주에 있으면서 그녀들만의 세계를 잘 구축하고 있다. 엄지공주는 그 작은 몸으로 온 세상을 자유롭게 여행한 뒤 자기와 꼭 닮은 꽃의 왕자를 만난다. 마녀로 오인돼 화형 당할 위기에 처하면서도 엘리자는 백조가 된 오빠들의 마법을 스스로 풀려 했다. 그녀들에겐 자신들의 신념을 지켜낼 '용기'와 '끈기'가 있었고 꿈을 향한 '자유'와 '열정'이 있었다.

참고도서

어른을 위한 안데르센 동화전집/윤후남 옮김/현대지성사

심혜련/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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