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생활을 통해 되돌아본 나 자신의 상품가치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을 몇 개 훑어본 다음 세수를 하고 학교 경력개발센터의 구직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지원하다 보면 어느 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버린다.

휴학을 한 3월부터 한 달간 내 하루의 시작이었다. 요즘 대학생들은 보통 1년 정도 휴학하고 어학연수를 가거나 인턴으로 일하는 등 직장경험을 쌓는 것을 취업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도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한 학기 휴학을 결심했을 때는 인턴을 하면서 과외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어학연수 수속도 밟고, 영어, 중국어, 한자 공부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계획했었다.

하지만, 세 가지 내가 정말 몰랐던 것이 있었다. 인턴 기회와 과외 아르바이트를 잡는 것 자체가 '취업 전선의 축소판'이라는 것과 정작 기업에서는 휴학을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휴학기간에 하겠다고 결심한 모든 활동은 학기 중에도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열두 번도 넘게 이력서를 쓰고, 지원하고, 거절당하는 경험은 학교 안에서 안일한 생활을 해왔던 나 자신의 '시장성과 상품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했다. 쓰라린 결론은 나는 아직 밥값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3월에는 그렇게 지원해서 두 회사에서 단기 인턴으로 각각 삼일과 이틀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여러 번의 구직 실패 후 얻은 출근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행복했고, 회사의 분위기를 알아가고, 선배들을 통해 사회와 세상을 이해하는 등 깨달음을 주었다. 하지만 정해진 근무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구직 전선에 뛰어들어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하는 예정된 절차는 너무 서러웠다. 그러면서 문득 학교 다닐 때는 몰랐던 학생이라는 아름다운 구속과 몰아치던 숙제들, 고정적인 스케줄이 절실히 그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의 책임감과 무엇보다 '밥값의 의미'를 현실적으로 깨달았다. 오늘도 모니터 앞에 앉아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도 점점 요령이 붙어 가지만, 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어디도 없다는 사실과 지원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각 단계의 일 모두가 고되고 힘이 든다. 기형도의 시 '레코드판에서 바늘이 튀어 오르듯'에 나오는 비루한 일상의 대학생은 누구를 참 닮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싱싱하고 젊은 하루를 만드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는 아침이다.

양수연/이대 언론정보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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