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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어르신 3000명에다가, 점심 무료급식 인원만 해도 하루 2000명이라는 그 복지관은 현관서부터 초만원이었다. 아침 시간이었지만 로비에 놓인 의자에도 빽빽하게 어르신들이 앉아 계셨고, 헬스기구가 놓인 체력 단련장과 노래방 기기가 설치된 음악실도, 하물며 이동하는 공간인 복도조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내가 맡은 강의 시간을 기다리며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귀마개가 달린 모자를 쓰신 할아버지 한 분이 들어서시더니 직원인줄 아시고는 거리낌 없이 말씀을 꺼내시는 것이었다. '지난해 7월에 일자리 소개해줘서 취직한 아무개'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저쪽에서 사무를 보느라 여념이 없는 사회복지사를 부르니 두 사람 모두 끌어안을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지난해 여름부터 지하철역 입구에서 무료 신문 나눠주는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별탈 없이 계속하고 계시다는 그 어르신은 한번 인사차 온다고 마음먹었으면서도 이제야 왔다며 자꾸 미안해하신다. 그리고는 약소하다며 손에 든 까만 봉지를 내미시는 것이었다. 봉지에는 앨범 크기 만한 상자가 들어 있었는데 내용물은 알 수가 없었다.

담당 사회복지사가 난감해한다. “어르신, 마음은 감사하지만 선물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선물은 그냥 가지고 가셔야겠는데요…” 할아버지가 벌컥 화를 내신다. “비싼 것도 아니고, 이 늙은이 정성을 봐서라도 받아줘야지” “선물 받으면 야단맞고 반성문 써야 돼요. 그러니 제발 저 좀 봐주세요, 어르신” 할아버지 얼굴에 서운함이 넘치다 못해 금방이라도 울듯 하시다. “몰라, 1층 현관에 그냥 놓고 갈 테니까 알아서 해!”하며 문을 나서신다. 뒤따라나간 사회복지사가 어르신의 팔짱을 다정하게 끼며 설득하는 뒷모습이 보였다. 마음이 좀 풀리셨는지 고개를 돌리시는 어르신의 얼굴에 웃음기가 묻어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내 강의 시간. 1세대인 어르신들과 2세대인 중년, 3세대인 중·고등학생들이 한 팀이 되어 사흘간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겨울자원봉사학교' 수업이었다. 본격적인 자원봉사활동에 들어가기 전에 자원봉사의 마음가짐과 몸가짐, 또 자원봉사 대상이 되는 양로원 어르신들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3세대였지만 자원봉사라는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서인지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다정했다. 자기소개를 하면서 사흘 동안 함께 할 3세대 가족도 만들어보고, 서로 눈을 맞추며 마음열기도 해보면서 1시간을 보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과연 어디에서 어르신과 자녀, 손자녀 세대가 이렇게 사이좋게 가깝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고 마음을 주고받을까. '자원봉사학교' 학생이 된 어르신이나 중년 세대나 학생들 모두 자원봉사 활동복인 초록색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등 뒤에 복지관 이름이 아닌 '좋은 인연'이라고 쓰여있었다. 인연이라는 말이 그토록 아름답게 다가오기는 처음이었다. 취직시켜준 것이 고마워 선물을 들고 아침 길을 달려오신 할아버지도,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모인 3세대도 모두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좋은 인연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경/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cafe.daum.net/gerontology

treeapp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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