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발달과정 최우선 생각해야

요즘 각급 학교의 입학식이 열리는 시기이다. 많은 부모나 아동이 남보다 학교 공부를 잘하고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유행에 떠밀려 마구잡이로 일찍부터 어린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급기야 '유치원 학비가 대학의 3배에 달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과연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무조건 일찍부터 글자를 읽고 쓸 줄 알게 하는 것보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곧 학부모가 바람직한 교육관과 교육철학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배우는 지식들은 언제라도 노력만 하면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지식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바로 '사람됨'이다. 한 개인의 성장 과정에서 인성이나 성격이 대부분 형성되는 시기는 초등학교 취학 이전 시기이다. 그래서 유아기의 교육에 있어서는 초등학교에 입학해 새로운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바르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 필요하다. 물론 장기간의 반복적인 연습을 필요로 하는 음악, 미술, 체육, 무용 등의 재능이나 기능은 조기에 교육하는 것이 효과가 높다는 견해가 있다. 즉, 미취학 아동의 선행학습에 있어서 아이의 특수한 영역에 대한 재능을 길러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단지 초등학교에서 배우게 될 공부를 미리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배우게 하면 스트레스만 받고 흥미를 잃게 된다. 따라서 선행학습을 하더라도 아이의 신체적·심리적 특성과 발달과정을 고려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많은 교육학자들이 발달과업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였다. 인간발달 과정에서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발달단계마다 반드시 성취해야 할 일들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성장해 가는 과정마다 그 시기에 성취해야 할 과업을 그때그때 달성하는 교육, 즉 적기교육이 필요하다. 선행학습에만 몰두하다 보면 발달단계마다 반드시 필요한 다른 과업을 놓칠 수 있다.

~b2-2.jpg

정호범/

진주교육대학교 초등교육연구원장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