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박미경·배형진 모자

장애아와 가족들에게 '희망' 되고파...여성마라톤대회서 홍보대사로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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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평상복보다는 운동복이 익숙하다는 박미경씨.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모자의 얼굴에 행복의 웃음꽃이 핀다.

요즘 극장가 화제는 단연 '말아톤'이다. 개봉 전부터 '보고 싶은 영화 1위'로 꼽혔고 설 연휴 박스 오피스에서 대작영화를 물리치고 1위를 지켜냈다. 급기야 개봉 18일 만에 전국관객 동원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영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영화의 실제모델인 배형진(22)씨와 그의 어머니 박미경(46)씨에게 쏠리고 있다. KBS '인간극장' 홈페이지에는 배씨의 이야기를 다룬 '달려라 내 아들'(2002년 방송)편을 재방송해달라는 요청글이 폭주하고 있다. 인기 개그프로그램에서 배씨의 독특한 말투 '내 다리는 백만불짜리, 몸매는 끝내줘요'를 웃음의 소재로 삼을 정도로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다.

모자는 여성신문사가 주최하는 제5회 여성마라톤대회의 홍보대사로 활약한다. '돌보는 사회,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에 적극 공감해서다.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소통불가능의 상태였던 형진씨에게 오늘이 있게 한 것은 바로 '어머니의 힘'이다. 좋고 싫음, 슬프고 기쁜 것조차 알지 못하는 자폐 겸 정신지체 장애인인 형진씨. 어머니는 형진씨에게 생존을 위해 달리게 했다. 마라톤은 형진씨가 세상 속으로 들어갈 유일한 통로였다.

갓난아기 때 형진씨는 다른 아이와 달리 옹알이도 하지 않고 배고프다고 보채지도 않았으며 눈도 맞추려 하지 않았다. 박미경씨는 그런 형진씨를 업고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다 아이가 네 살이 되던 해에 자폐아 판정을 받았다. 그 때부터 그는 전쟁을 치르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모든 생활이 형진이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골반염으로 몸이 아파도 한시라도 아이한테 눈을 뗄 수 없었죠.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씩 버리는 수행을 했던 것 같아요. 버리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시간들이었어요”

아이를 고치겠다는 일념으로 수백만원짜리 약도 먹여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반학교에서 보통 아이들과 함께 교육도 시켜보았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절망과 상처뿐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의 사업까지 휘청거렸다. 형진씨의 병을 고칠 비용을 마련하겠다고 무리하게 시작한 사업이었다. 경제적 어려움, 작은아이의 투정, 너무나 힘들게만 하는 형진씨….

가족의 모든 짐은 박미경씨의 몫이었다. 형진씨만으로도 힘든 그에게 남편도 앓는 소릴 했고 작은아들 슬옹이 역시 엄마에 대한 원망만을 늘어놓았다.

“슬옹이가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그러더군요. 친구가 엄마한테 존경한다고 전해달라고 했다고요.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그래도 엄마는 내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어'였어요. 그 말이 얼마나 가슴 아프던지…. 형진이도 나를 힘들게 했지만 우리가 진 짐을 버거워하는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날 더욱 아프게 했어요”

형진씨의 장애와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이 “욕심을 버리고 단순해져 최선을 다하자”는 것. 주위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최대한 단순하게, 아이의 장애와 싸워 나갔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운동을 통한 장애치료다.

“운동 만큼 정직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없어요. 그런 면이 형진이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등산을 시작했을 때부터 달리기를 시켜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혹독하게 형진씨를 훈련시키며 '독한 엄마' '계모'라는 소릴 숱하게 들었다. 사람들은 냉혹한 시선으로 정신장애를 가진 아이와 엄마를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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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도 하기 힘든 마라톤 완주를 해낸 배형진씨. 그의 곁에는 늘 어머니 박미경씨가 있었다.

자신보다 하루 전에 아이가 죽게 해달라고 간절히 비는 박미경씨에게 세상 그 누구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형진이를 보호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었어요. 세상의 모든 화살을 다 막아낼 수밖에 없었죠. 영화 개봉 전 감독이 이런 장면이 공개돼도 상처받지 않겠냐고 묻더군요. 형진이와 함께 한 세월 동안 받은 상처가 얼만데요. 이제는 끄떡 없어요”

아이 덕분에 강해지고 위대해진 어머니는 중증 자폐로 판정받은 아이를 남들과 대화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일반인도 어렵다는 마라톤 서브스리(마라톤 코스 42.195km를 3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를 가능케 했다.

“형진이가 결혼해 가정을 꾸리거나 위대한 마라톤 선수가 되길 바라지 않아요. 현실적으로 그건 과분한 욕심이에요. 단지, 형진이처럼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이 되고 세상의 시선이 달라지길 바랄 뿐이에요.

그래서 나와 같은 처지의 엄마들이, 가족들이 덜 힘들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요”

글=한정림 기자ubi@

사진=이기태 기자 lee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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