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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 약학박사 1호는 숙명여대 약학대학 창설과 함께 부임하여 32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여성 지도자 교육에 힘쓴 박수선(朴秀善)씨. 학계에서는 숙명여대 약대 하면 곧 박수선을 떠올릴 정도로 대학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박수선은 1920년 경남 고성의 비교적 부유한 집안의 1남 3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진주 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현 진주여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일본 도쿄의 소화여자약학전문학교(현 소화약학대학)로 가서 수학했다. 1941년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한 박수선은 조선총독부 위생시험소(현 국립보건원)에서 약용식물의 성분을 분석하는 연구를 했다. 연일 밤샘을 하는 등 각고의 노력으로 '위령선(威靈仙)의 saponenin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 후 총독부 위생시험소가 개편된 보건부 중앙화학연구소 생약부에서 식물성분 연구에 종사하다가 6·25동란 중에 부산여자고등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쳤다. 53년 숙명여자대학교 약학과의 창설멤버로 참여했으며 55년 남성 선배 교수들을 제치고 초대 약학대학장으로 취임했다.

그녀는 약학대학이 어느 정도 면모를 갖추어가자 56년 과감히 학장 보직을 버리고 식물성분 연구의 본고장인 독일 함부르크대학의 응용식물연구소에서 연구에 열중하고 67년에는 다시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연구하는 등 국내 대학의 어려운 여건으로 이루지 못하는 실험적 연구를 외유를 통해 이루어 나갔다. 박수선의 연구분야는 육상식물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폴리페놀(polyphenol)계 물질인데, 요즈음 암을 예방하는 기능성 식품으로 주목되는 여러 가지 허브(herb)류 효능이 주로 이 폴리페놀의 항산화 효과에 있다고 볼 때, 박수선이 이미 30년 전에 이것들에 주목하고 연구한 혜안이 놀랍기만 하다.

박수선은 85년 정년을 맞을 때까지 숙명여대에서 여러번 학장을 역임했다. 매사에 솔선수범하고 '정직' '성실' '노력'을 좌우명으로 삼고 열과 성을 다하여 학생을 가르친 그의 고매한 인격과 교육적 열성 그리고 학문적 열의는 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녀는 정년퇴임 때 졸업생들이 모금한 성금을 학생들 장학금으로 내놓았으며, 2002년 선생이 82세에 별세했을 때 유가족은 선생의 유산 4억원을 숙명여대에 발전기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진우기/ 번역작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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