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사들 ‘이사회의 다양성 강화’ 나서
하나·우리·NH 여성 사외이사 30% 육박
‘지배구조 쇄신’ 압박에 여성 비율 높여

KB금융에 이어 신한금융이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왼쪽부터) 윤재원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 권선주 KB금융 이사회 의장. ⓒ신한금융·KB금융
KB금융에 이어 신한금융이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왼쪽부터) 윤재원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 권선주 KB금융 이사회 의장. ⓒ신한금융·KB금융

5대 금융지주에서 ‘이사회의 다양성 강화’로 나아가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KB금융에 이어 신한금융이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도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약 30%대로 늘리는 추세다.

정부가 금융권에 ‘지배구조 쇄신’을 주문한 가운데, 여전히 부족한 여성·글로벌·자본시장 전문가들이 이사회에 더 많이 합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B금융은 권선주(67) 전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KB금융 설립 이래 첫 여성 의장이다.

권 의장은 2013년 IBK기업은행 은행장으로 선임되며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에 올랐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KB금융 여성 사외이사는 전체 7명 중 3명(42.8%)이다. 권 의장과 앞서 2023년 3월 선임된 ‘금융·재무 전문가’ 조화준(66) 전 KT캐피탈 대표, ‘소비자학 전문가’ 여정성(63)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다. 

신한금융도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윤재원(54)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가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됐다. 2010년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권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 이후 두 번째다.

윤 의장은 회계·조세 전문가로,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과 한국세무학회 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신한금융 여성 사외이사는 전체 9명 중 3명(33.3%)이다.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된 윤 의장, ‘경제·사회복지 전문가’ 김조설(66) 오사카상업대 경제학부 교수와 새롭게 선임된 ‘금융통계 기반 리스크관리 전문가’ 송성주(53)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다.

하나금융 사외이사 중 여성은 총 9명 중 2명(22.2%)이다. 지난해 선임된 ‘ESG 전문가’ 원숙연(61)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와 지난 22일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된 윤심(61) 전 삼성SDS 부사장이다.

우리금융 여성 사외이사는 7명 중 2명(28.6%)이다. 지난 2월 임기만료로 물러난 송수영 사외이사 후임으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ESG 전문가’ 이은주(52)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금융산업 전문가’ 박선영(42)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다.

NH금융 여성 사외이사는 6명 중 2명(33.3%)이다. ‘경제·금융 전문가’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환경 전문가’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로, 두 명 모두 올해 재선임됐다. 

금융사들은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여성 이사회 의장의 탄생으로 지배구조 선진화와 이사회의 다양성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도 “이번 이사회 구성 변경으로 전문 분야, 성별 등 다양성이 더욱 확장된 만큼 우리금융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권 여성이사 12%...8곳은 아예 0명

금감원, 은행 지주·은행에 ‘지배구조 선진화’ 압박

주요 금융사들이 여성 이사를 늘린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선진화’ 압박이 있다. 최근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대규모 횡령·배임 등 각종 금융사고가 잇따랐다. 금융사 이사회들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이사회 운영 체계 개선 등 30개 핵심원칙을 제시한 모범관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특히 “국내 금융권의 여성 이사 비율(사내·사외이사 전체)이 고작 12%에 그치고, 여성 이사가 아예 없는 은행도 8곳으로 ‘젠더 다양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엔 8개 은행지주사와 16개 은행에 ‘은행 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 로드맵’을 3월 중순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유럽연합(EU)은 2026년 6월30일까지 상장기업 비상임 이사의 40%, 전체 이사회의 33%를 여성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2011년 상장기업 임원의 40% 여성 할당제를 도입, 기업 대부분이 30% 이상을 달성했다. 우리나라도 2022년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에 여성 등기이사를 1명 이상 두도록 한 개정 자본시장법을 시행 중이나 세계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여성·글로벌·자본시장 전문가 부족’ 지적도

금융권 사외이사들이 일부 서울 사립대 출신, 50~60대, 학계·관계·재계 분야에 쏠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1월 국내 7대 금융지주에 주주서한을 보내 사외이사의 편향성을 꼬집었다. 얼라인에 따르면 7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 사외이사는 대부분 학계 출신(37%)이거나 금융계(22%), 관료( 12%)다.

사내·사외이사를 통틀어 글로벌 전문가는 소수이며 투자·자본시장 전문가 역시 2%에 불과하고, 88%가 남성이었다. 기업 지배구조 쇄신을 위해서는 성별 다양성뿐만 아니라 세대, 출신, 전문성의 다양성 보장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늘어난 여성 이사들이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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