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17대 여성의원에 대한 이런 저런 평가들을 보면서 우리들의 조급함과 이상주의를 되돌아 보게 됩니다.

17대 국회 여성의원들은 '연대'하여 여성을 위한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주문을 강력하게 받으면서 의정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여성의원들은 의정활동은 잘했지만, 여성연대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정치 현실을 볼 때 여성연대에 대한 기대 자체가 좀 현실적이고, 장기적으로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의 정당정치 구조 자체가 초당적 연대를 근원적으로 차단합니다. 정당 조직의 일원으로서 '당론'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무조건 여성끼리는 연대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무리라는 생각입니다.

개인 간의 차이도 기대 이상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여성 숫자가 수십 명에 이르다 보니 다양한 여성의 모습이 노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여성이라서 국회의원이 됐다'는 페미니스트 신념이 있는가 하면 '나를 여성으로 분류하지 말라'는 명예남성류의 우월감도 여전합니다.

여성연대를 이루려면 외부에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평가자의 위치에 서있는 '우리들의 눈'으로 평가의 잣대를 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제 8개월, 잘잘못을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느긋하게 지켜보는 입장에 섰으면 합니다. 또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대립적인 정당구조에서 여성의원만의 연대는 어쩌면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좀 더 공격적인 언사로 자신의 조직에 대한 충성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서 입지가 약한 비례출신의 초선의원은 대세를 거스르기에 너무 힘이 약합니다.

또 여성의원들이 멋있는 '연대의 작품'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실망했던 우리들은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자성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연대의 작품이란 결국 '사랑을 먹고 자라는 나무' 같은 것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제 겨우 언 땅에 뿌리를 내린 여성의원들에게 쭉쭉 뻗어나갈 수 있는 칭찬과 격려와 협력이라는 자양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었는가 하는 점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참고로 여성의원들은 정쟁 중심적 보도방식으로 여성의원들의 성실한 의정활동이 전달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합니다.

17대 여성의원들은 다수의 여성들이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여성 롤모델로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소중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기대를 '연대'라는 굴레만으로 한정짓지 않았으면 합니다. 좀 더 느긋하고 현실적으로 관대한 기준에서 칭찬과 격려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해 가는 기쁨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손가락 만한 새싹을 두고 너무 많은 평가를 쏟아내느라 소진하지 말고 튼튼한 큰 나무로 키워내서 그 열매와 그늘에 기댈 수 있는 때를 기다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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