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봄(Primavera), 1477~1482,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봄(Primavera), 1477~1482,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봄을 제목으로 한 많은 그림 중 보티첼리의 봄(프리마베라)은 여성의 아름다움은 물론 여성의 가치를 잘 표현하고 있다. 봄의 생동감, 따뜻함, 아름다움, 경쾌함, 희망 등을 그림 가운데 비너스, 왼편의 세 여신, 그리고 오른편에서 꽃을 뿌리고 있는 플로라의 아름다움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절제된 화려함, 투박하지 않은 맑음, 고귀하고 기품 있는 이미지, 새털 같은 가벼움이 섞인 경쾌함이 여성성의 품격을 온전히 담고 있다. 이러한 품격은 르네상스 이전의 여성성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새로운 여성성의 상징적 기호가 됐다.

특히 왼편에 있는 세 여신은 자애, 은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오늘날은 이상적인 여성성을 의미하는 진, 선, 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 세 가지는 긍정적인 삶의 본질인 동시에 여성성의 본질을 대변하기도 한다. 인생의 희로애락에서 슬픔을 해소하고 선한 인간의 본성을 강조하는 이 세 요소에는 남성보다는 여성의 감성이 담겨 있다.

이와 더불어 세 여신이 서로 마주 보는 모습은 은혜를 베푸는 사람과 그 은혜를 받는 사람, 그리고 다시 그 은혜를 갚는 사람을 표현함으로써 인간의 도덕적인 상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가 확장돼 라틴어로 자애와 애덕을 뜻하는 ‘카리타스’(charitas)라고도 불리는 이 여신들은 화합과 포용을 상징하기도 한다

신화에 등장하는 용서와 화합, 포용과 관용은 인간의 오랜 역사 속에서 여성성의 본질로 해석돼 왔다. 그러므로 여성성은 외모보다는 내적 가치와 여성들의 행동철학에서 그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이 그림은 인본사상인 르네상스 사조가 강조하는 인간관계에 내재한 배려와 자비의 알레고리라 할 수 있다. 당시 신플라톤 사상의 영향을 받은 보티첼리는 신화를 인간 세계, 특히 여성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해 세상의 가치로 만든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그는 여성의 내적 아름다움을 외면의 아름다움으로 잘 표현했다.

이 그림에 내포된 또 다른 여성성은 봄의 생명력과 일치하는 여성의 생명력이다. 봄은 새로운 태동을 의미하며 이는 여성들이 지닌 생명 탄생의 가치와 일치한다. 죽음과 대립하는 생명의 개념은 세상의 어둠, 슬픔, 고통을 포용함으로써 새로운 밝음, 기쁨, 치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성들의 주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여성의 역할을 기다리는 우리 사회의 마음 같다.

이은주 사회학자·작가 ⓒ이은주씨 제공
이은주 사회학자·작가 ⓒ이은주씨 제공

*[여이사담] 연재를 마칩니다. 그간 좋은 글을 써 주신 필자와 읽어주신 독자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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