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가,“범죄인도 변호 받을 권리 있어...‘누구를’ 아닌 ‘어떻게’가 문제의 핵심”
성명 낸 민변 여성위 “피해자 존엄 침해하는 변론, 정당화 안 돼…큰 책임감”

조수진 변호사가 22일 성범죄자 변호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직에서 자진사퇴했다. ⓒ연합뉴스
조수진 변호사가 22일 성범죄자 변호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직에서 자진사퇴했다. ⓒ연합뉴스

성범죄자 변호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조수진 후보가 자진사퇴한 가운데 성범죄 가해자 변호는 어디까지 허용되는지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범죄인이라도 변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헌법 상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법률전문가는 ‘누구를’ 변론하는가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변론하는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가해자라는 게 확실한 경우에는 사죄하고 피해 배상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돕는 게 변호인의 역할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22일 오전 12시 46분 조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가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것은 변호사 시절 다수의 성폭력 피의자를 변호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변호사의 논란은 자신이 운영하던 블로그에서 시작했다. 그는 가해자들을 상대로 ‘강간 통념’(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해도 실제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념) 개념을 활용하라,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으로 하면 유리할까’ 등 성범죄자의 처벌을 감경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논란이 되자 이를 전부 비공개로 전환했다.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변호를 맡아온 조 변호사는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 여아를 성폭행해 징역 10년을 받은 체육관 관장을 변호했다. 판결문을 보면 당시 조 변호사는 2심 재판에서 “다른 성관계를 통해 성병에 감염될 수 있다”며 피해 아동의 아버지가 가해자일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2년 30대 여성 환자를 성폭행한 한의사를 변호한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진료실 내 간호사 등에게 알리지 않는 등 ‘피해자다움’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변호했다

성범죄자 변호의 경계를 묻는 질문에 법률 전문가는 ‘누구를’ 변론하는가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변론하는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인권자문위원·1366 여성긴급전화 강원센터 운영위원)은 “‘어떻게’의 관점에서는 정당한 변론행위와 이를 넘어서는 영역 간의 ‘경계선’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아주 예외적으로 무고가 의심되는 소수의 사건이라면 ‘합리적 의심’을 객관적으로 현출하고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이 마땅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단지 ‘의심’이라고 해 피해자를 아무 근거도 없이 공격하는 것은 정당한 변론의 범위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가해혐의자에 대한 변호사의 역할과 관련 박 변호사는 “죄지은 자의 죄를 마치 없었던 일인 양 지워주거나 감춰주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그 잘못에 비해서 과잉한 처벌을 받아서는 부당하기에 그 죄의 무게에 적절하게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을 한 가해자라면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2차 피해를 유발하지 아니하는 적절한 방법으로 피해를 배상하고 합의하는 것을 돕는 것이 가해자 변호사의 주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무리 악성의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라고 하더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향유하고 있다"며 “변호사가 가해혐의를 받고 있는 의뢰인의 편에서 변론을 하는 것 자체가 터부시 또는 죄악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민변 여성위)도 23일 성명을 내고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권리이고 다수의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그 자체가 변호사 윤리를 위반했거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존엄성과 인격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는 ‘성실한 변론 수행’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변 여성위는 “변호인의 형사변론이라고 해도 피해자 인권을 침해하고 2차 피해를 가할 수 없다는 원칙을 동료인 조 변호사에게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데 아픔과 큰 책임을 느낀다”며 “이번 사퇴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더욱 무겁게 절감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련의 공천 논란은 조 변호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은 법률전문가 직역과 공직에서 요구되는 윤리기준에 대한 재확인이자 교훈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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