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해진 EU…"보복할 권리 없다"

이집트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왼쪽)과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오른쪽) ⓒ로이터 연합뉴스
이집트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왼쪽)과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오른쪽) ⓒ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에 대한 휴전을 압박하고 나섰다.

중동을 방문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각)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사메 수크리 외무장관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 필요성에 대해 미국과 아랍 동맹국 사이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협상을 재개한 것과 관련해서도 "아직 그곳(합의)에 이르는 데에 어려운 작업이 남았지만,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간극을 좁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현지 매체 알 하다스에  "인질 석방과 연계된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대규모 작전을 펴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날 블링컨 장관을 만나 즉각적인 가자지구 휴전과 극심한 인도적 위기를 겪는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구호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이집트 대통령실이 설명했다.

미국과 이집트는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가자지구 주민의 강제 이주를 거부하기로 재차 합의했다고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미 국무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블링컨 장관이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만나 가자지구 전후 청사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건설하는 방안을 포함한 중동 평화 및 안보 진전을 위해 이집트와 협력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국무부는 소개했다.

이스라엘에 강경해진 EU…"보복할 권리 없다"

(브뤼셀 EPA=연합뉴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을 향해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보복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
(브뤼셀 EPA=연합뉴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을 향해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보복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

유럽연합(EU)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에도 하마스 궤멸을 위한 군사작전을 강행하는 이스라엘을 향해 한층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1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27개국 정상이 '지속가능한 휴전'을 이스라엘에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전 정상회의 공동성명보다 '훨씬 더 진전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분명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보복할 권리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론에 유출된 27개국 공동성명 초안에도 "전례 없는 민간인 피해와 심각한 인도적 상황에 경악한다(appalled). 지속 가능한 휴전을 이끌기 위한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교전) 중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종 문안 확정 시 일부 수정될 가능성이 있으나 작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후 EU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휴전'이란 단어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성명 초안에는 "EU 정상회의는 이스라엘 정부에 라파에 대한 지상작전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이스라엘과 관계를 고려해 공개 비판을 자제한 회원국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정상회의장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장기간 지속되는 휴전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언제나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활동과 관련해 국제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간주한다"고 말했다.

정상회의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초청돼 EU 정상들과 업무 오찬을 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국제인도법의 기본 원칙은 민간인 보호"라면서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가자지구에서도 이중잣대 없이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이번 회의에서 유럽 내 방위비 조달 확대 방안과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지원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