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각) 크림반도 병합 10주년 콘서트에서 연설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실
18일(현지시각) 크림반도 병합 10주년 콘서트에서 연설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7%의 기록적인 득표율로 5선을 확정한 뒤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돌아온 영토'라 부르며 "함께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크림반도 병합 10주년 콘서트에서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와 노보로시야(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가 고국으로 오는 길은 더 어렵고 비극적이었지만 우리는 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17일 대선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로 5선에 성공한 이후 처음으로 군중 앞에서 행한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 이후 새 영토로 획득했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이 현재 러시아의 영토임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푸틴은 "나는 오늘 아침 로스토프에서 도네츠크, 마리우폴, 베르디얀스크로 가는 철도가 복구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우리는 이 작업을 계속할 것이고 곧 기차들은 세바스토폴(크림반도 남단 항구도시)로 바로 갈 것이다.  이것은 크림 다리 대신에 또 다른 대안 노선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3월 18일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러시아의 봄'이라고 부르면서 당시 돈바스와 노보로시야 주민들도 러시아로 돌아가기를 원했으며, 2022년 특별군사작전을 통해 이들 지역이 러시아로 귀환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10주년 기념 콘서트는 대선 다음날 열려 푸틴 대통령이 5선을 자축하는 성격을 띠었다. 이번 선거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와 크림반도에서도 시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7일 종료된 대선에서 5선에 성공했다. 2030년까지 6년 더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 모두 30년간 크렘린궁 자리를 지킴으로써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29년 집권)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2020년 개헌으로 2030년에 열리는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어 이론상 2036년까지 집권 연장도 가능하다. 84세까지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돼 사실상 종신집권이나 다름없다.

'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18세기 황제 예카테리나 2세(34년 재위)보다 오래 러시아를 통치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그가 유일하게 넘을 수 없는 지도자는 표트르 대제(43년 재위)뿐이다.

젤렌스키 "푸틴은 헤이그로 가야"

4일(현지시각) 자포리자 최전방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X젤(트위터)
4일(현지시각) 자포리자 최전방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X젤(트위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의 장기집권이 확정된 뒤 "푸틴은 정의를 두려워 한다. 그는 헤이그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대선은 자유와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러시아 독재자는 또 한 번 선거를 흉내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 모방에는 정당성이 있을 수 없다. 헤이그(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받아야 한다. 그게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하는 모든 일은 범죄이다. 러시아 살인범들이 이 전쟁에서 한 모든 일과 푸틴의 평생 권력을 위해 한 모든 일에 대한 보복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맞서 출마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억압과 협박을 기반으로 치른 선거"라고 비판했다.

독일 외무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에서 치러진 가짜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푸틴의 통치는 권위주의적이며 검열과 억압, 폭력에 의존한다"며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의 '선거'는 무가치하고 법적 효력이 없으며 또 다른 국제법 위반 행위"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도 엑스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는 불법적으로 선거가 치러졌고, 유권자에겐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으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독립적 선거감시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은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푸틴 대통령이 정적이 수감되거나 살해된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를 도둑질했다"며 "그는 현대의 스탈린처럼 행동하고 있고 이는 서방이 맞서야 할 폭군"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선거는 자유롭고 다원적인 민주주의 선거의 조건에 못 미쳤다"며 "정치적 기본권에 대한 공격에 저항해 평화롭게 반대를 표명한 많은 러시아 시민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푸틴의 동맹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구석이 2023년 10월 18일 중국 베이징의 일대일로 포럼에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구석이 2023년 10월 18일 중국 베이징의 일대일로 포럼에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푸틴은 새 임기 시작 후 첫 방문지가 중국이 될 것이라고 1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이 5월에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이는 푸틴의 새 대통령 임기 중 첫 해외 순방이 될 수 있다 전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지도자들과의 면담에서 게나디 주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베이징을 방문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러시아를 비난하지 않았다.

중국은 러시아의 침공 후에도 침공 몇 주전에 선언했던 '제한없는 협력관계' 협력관계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시 주석은 푸틴과의 관계에 많은 것을 걸었고, 무역, 안보 및 외교 관계를 강화했다.

시 주석은 푸틴이 '차르'로  등극한 날 통화에서 그의 재선이 "러시아 국민의 지지를 완전히 반영했다"며 러시아 지도자를 축하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보도했다. 그는 또한 중국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지속적이고 심층적인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중국은 중립을 주장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하나가 돼 추진했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중국의 이런 행동은 물론 서방의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연례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 우리의 이익에 도전한다"고 지적했다.

CNN은 푸틴의 재선 선공은 "시진핑이 더 깊은 목표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세계가 미국과 동맹국들이 설정한 규칙과 가치에 의해 부당하게 지배되고 있다고 믿는 푸틴을 중요한 동반자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모스크바와의 안정적인 관계도 중국이 대만과 남중국해와 같은 다른 관심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 원유 도입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러시아에 대한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의 품목 수출은 침공 이후 확대되어 무역이 사상 최고치로 늘었다. 러시아에서의 중국 위안화 거래도 활성화 됐다.

중국과 러시아의 2023년 교역량은 2401억달러로 전년도보다 26% 증가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만찬을 한 모습을 26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만찬을 한 모습을 26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축전을 발송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다방면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산 미사일 등 탄약을 사용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긍정적인 발전이 지속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연임을 축하했고,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튀르키예 대통령실이 밝혔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결정적 승리와 재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도 푸틴 대통령에게 "성공과 번영, 더 나은 발전을 기원한다"는 축전을 보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결정적 승리와 재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의 경제동맹 '브릭스'

2019년 11월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다모다르다스 모디 인도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브라질 대통령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AP 연합뉴스
2019년 11월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다모다르다스 모디 인도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브라질 대통령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AP 연합뉴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냉전 후 세계의 축을 바꿨다. 서방은 러시아를 불량국가로 낙인찍었다.

CNN에 따르면 국제형사재판소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된 전쟁 범죄 혐의로 푸틴의 체포 영장을 발부한 뒤 100개 이상의 국가가 러시아 지도자가 자국의 땅에 발을 디딜 경우 그를 체포하도록 의무화 했다. 이 전쟁은 푸틴의 세계를 위축시켰다.

그러나 푸틴에 가까이 머물러 있거나 그를 고립시키려는 미국 주도의 노력을 피했던 나라들에게 푸틴의 승리는 그들의 러시아 관계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푸틴은 중국뿐만 아니라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지 않았던 북한과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서방과 거리가 있는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세계 남부의 국가들에게 구애를 시도했다.

러시아는 브릭스(BRICS.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의 영문 첫글자를 따서 만든 말) 의장국으로 올해 브릭스 주요 개발도상국 그룹의 연례 정상회담을개최할 예정이다. 2011년부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 그룹은 올해 초 거의 두 배의 규모로 증가했다. 이란, 아랍에미리트, 에티오피아, 이집트도 포함하고 있다.

브릭스는 이른바 선진 7개국(G7)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대응으로 여겨진다. 오는 10월 러시아 카잔(Kazan)에서 예정된 정상회담은 두 그룹의 극명한 차이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G7 국가들은 2014년 크림 반도 침공 이후 당시 G8이었던 러시아를 축출했다.

푸틴이 서방과 다른 시각을 보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국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지배에 분개하는 중견국의 부상, 권위주의자나 억압적인 국가를 경시하지 않는 세계 질서에 대한 갈망,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경제에 대한 순수한 실용성 등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팔레스타인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대한 중국의 비판은 세계 남부의 많은 지역에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력 측면에서 볼 때 브릭스를 기존 질서를 제거하는 운동의 일부로 여겨왔다.

푸틴은 지난해말 연설에서 "이 객관적인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에서도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 현실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과 동색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푸틴의 정적 나발니의 죽음에 푸틴의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17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나발니를 독살했을 것이라는 진행자 하워드 커티스의 질문에 "모르겠다. 확실이 말할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민주당 뿐만아니라 공화당도 트럼프의 이 발언을 비판했다고 미국의 정치전문 더 힐은 전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민주당)은 "트럼프의 인간 존엄성이 최악"이라고 비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선을 확정하면서 미국 내 일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전직 관료와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유대감을 과시해온 푸틴 대통령의 기대대로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보좌관이었던 피오나 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파트너로 훨씬 더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은 "트럼프는 푸틴을 강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 "어떤 면에서 그들은 둘 다 미국을 약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매우 다른 이유에서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종식하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천재적이며 꽤 영리하다고 칭찬하는 등 평소 푸틴에 대한 호의적 평가를 해왔다. 이번 재선 캠페인 기간에는 자신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여러 차례 호언장담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포기하는 내용의 평화 협정을 추진할 수 있으며, 협정 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끊는 극약처방도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디언은 영국 역시 트럼프의 재선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관계를 손상시킬 것이며 동맹국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트럼프가 푸틴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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