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 서울 중·성동갑
전통적 ‘야당 텃밭’ 지역 꼽혀
지선에선 민주당 내리 3선하고
대선에선 국민의힘 득표율 앞서

(왼쪼부터)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 사진=각 선거 캠프
(왼쪼부터)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 사진=각 선거 캠프

‘한강벨트 요충지’ ‘여성 맞대결’ ‘벼락 공천’

4·10 총선을 앞둔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서울에서 한강과 닿아있는 5개 자치구(마포·용산·성동·광진·동작구)의 9개 지역구를 ‘한강벨트’라 부른다. 바람에 따라 의석수가 달라지는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중·성동갑은 여야 모두 자존심이 걸린 격전지다.

중·성동갑에서는 각 당이 전략적으로 내세운 여성 후보가 맞붙는다. 국민의힘은 윤희숙(54) 전 의원을 단수공천했고, 민주당은 전현희(60)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두 사람 모두 특별한 지역 연고가 없다.

국민의힘은 당초 친문과 86세대의 상징으로 떠오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겨냥해 윤 후보를 ‘저격수’로 보냈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민주당은 윤 전 의원 상대로 전 후보를 공천했다. 지난 2021년 권익위 조사로 윤 후보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드러났고 이 일로 윤 후보는 의원직에서 물러났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 지역구는 전통적인 ‘야당 텃밭’이라 불린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내리 3선을 했다. 16∼21대 총선까지 18대를 제외하면 민주당이 모두 이겼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선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3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수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근동에서 60년 넘게 산 최모(82)씨는 “여긴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면서도 “저쪽(국민의힘) 찍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승리했고,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득표율이 송영길 후보를 앞섰다.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사근동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가 시민들과 인사 하고 있다. ⓒ이하나 기자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사근동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가 시민들과 인사 하고 있다. ⓒ이하나 기자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역을 찾은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가 인사를 하며 왕십리역 지하공간 통합 개발 등 공약을 알리고 있다. ⓒ윤희숙 후보 캠프 제공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역을 찾은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가 인사를 하며 왕십리역 지하공간 통합 개발 등 공약을 알리고 있다. ⓒ윤희숙 후보 캠프 제공

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이모(70)씨는 두 후보 중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잘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일 잘하는 정원오 구청장이나 한양대 총학생회장 했던 임종석 실장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모르는 전현희가 나온다고 하더라”라며 아쉬워했다.

성수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김모씨는 “고령층도 많아지고 고가 아파트도 늘면서 보수정당 지지세가 커진 것 같다”며 “윤희숙, 전현희 후보 모두 인지도가 높아 누가 당선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누구도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중·성동갑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후보와 전 후보가 39%로 동률이었다. 정치 성향별로 보면 진보진영은 윤 후보 14%, 전 후보 64%로 조사됐다. 보수 진영은 윤 후보 73%, 전 후보 14%였다. 중도 응답자(윤 후보 29%, 전 후보 45%)는 전 후보를, 성향을 밝히지 않은 응답자(윤 후보 47%, 전 후보 15%)는 윤 후보를 지지했다.

전 후보 측은 ‘민생전문가, 민원해결사’라는 슬로건을 앞세우며 ‘바닥 민심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전 후보는 지난 18일 오전 7시 왕십리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는 것으로 유세 일정을 시작해 사근동 일대 노인복지관과 데이케어센터, 상가를 차례로 방문했다. 사근동노인복지관을 찾은 전 후보는 당구를 치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한분 한분 정성스레 인사했다. 한 어르신은 “친모께서 엊그제 다녀가셨다”며 반가워했다. 구순을 바라보는 전 후보의 모친은 지역 노인정을 찾아다니며 딸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전 후보는 지역 특화 공약으로 ‘교육 특구 1번지’를 가장 우선에 두겠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18일 지역 주민과 접촉면을 넓히며 자신이 지역 발전을 이끌 적임자임을 각인하는 데 주력했다. 점심 시간에는 젊은층이 밀집한 한양대를 찾았고, 퇴근 시간에는 상왕십리역을 찾아 인사를 하며 왕십리역 지하공간 통합 개발 등 공약을 알렸다. 윤 후보는 취재 카메라를 부담스러워 하는 지면 주민들을 배려해 언론 동행 취재도 거절하고 조용히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역 발전 공약으로 성수 지구 미래형 첨단산업벨리 조성을 제시했다. 첨단 산업의 진입을 유도하는 ‘서울 유니콘 창업허브’를 조성해 한국형 실리콘벨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 중-성동갑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를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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