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10대 공약’ 뜯어보니
여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
야 “18세까지 월 20만원 수당”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총선 주요 공약. ⓒ여성신문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총선 주요 공약. ⓒ여성신문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내놓은 10대 공약에서 ‘성평등’이 사라졌다. 거대 양당 모두 총선 승리를 다짐하며 ‘민생’을 강조하고,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양당은 공히 저출생 정책을 앞세우면서도 ‘성평등’, ‘젠더폭력’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했다. 양당은 공히 저출생과 기후위기 해결, 개발사업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의힘은 △일가족 모두 행복 △촘촘한 돌봄·양육 △서민·소상공인·전통시장 새로 희망 △중소기업·스타트업 활력 제고 △시민 안전 대한민국 △건강하고 활력적인 지역 발전 △교통·주거 격차 해소 △청년 행복 △어르신 내일 지원 △기후위기 대응 녹색생활을 10대 공약으로 내놨다.

민주당은 △소득·주거 등 전 생애 기본적인 삶 보장을 시작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 △기후위기 대처·재생에너지 전환 △혁신성장과 균형발전 △의료, 보건 교육 강화 △예방 가능한 안전사고 대책 마련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전쟁위기 해소와 남북 관계 완화 △대화와 타협의 정치 회복 △정치개혁과 헌법 개정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10대 공약 중 양당이 ‘여성’ 분야로 소개한 정책을 살펴봤다. 양당은 모두 저출생 공약을 각각 1번, 2번 공약으로 내세우며 저출생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해 인구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폐지하고 인구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초등학생 방과 후 보육을 담당할 늘봄학교를 무상화하고 아이돌봄 서비스 정부 지원을 가족-민간 돌봄으로 전면 확대해 돌봄 공백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아빠 유급 출산휴가 1개월을 의무화하는 등 시스템 도입에도 주력했다.

민주당은 여성 경력단절 방지 강화,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하고 첫 자녀 출산 시 무이자, 둘째 출산 시 원금 50% 감면 등 과감한 현금 지원책을 내놨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대상 소득 기준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양당은 주로 기존의 저출생 관련 지원책에서 대상과 금액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면서도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노동 관련 공약에선 양당이 차이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아빠휴가(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유급) 의무화, 육아휴직급여 상한 인상(150만원→210만원)·사후지급금 즉각 폐지, 초3까지 유급 자녀돌봄휴가 신설, 육아기 유연근무 취업규칙 공지 의무화를 담았다.

민주당의 대표 노동 공약은 주 4일(4.5일)제 지원이다. 포괄임금제 금지 등 근로기준법 명문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처우 법제화 및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금지, 전국민 고용보험‧산재보험 등도 담았다. 채용절차법 개정을 통해 면접심사 공정성 강화, 현행 500만원에 불과한 채용 성차별 처벌규정 강화도 제시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4년 전 총선과 2년 전 대선 공약과 비교해보면 정책이 비슷하거나 도리어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배 대표는 “국민의힘은 노동 관련 공약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예 관심 밖”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의 경우, 의석 수 과반이 넘은 21대 국회에서도 할 수 있었던 채용 성차별 처벌규정 강화 등의 법 개정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해 아쉽다”고 말했다. 

흉악범죄 처벌 강화 VS 비동의 강간죄 도입

젠더 폭력 공약에서도 양당은 차이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엄벌주의 기조를 공약에 그대로 담았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 신설 등 흉악범죄 처벌 강화,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 스토킹‧가정폭력‧성폭력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안심주소 도입 등을 약속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로 제한된 위장 수사를 성인 여성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데이트 폭력 범죄 법제화 및 피해자 보호체계 강화, 스토킹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대처 및 보호 강화, 스토킹 범죄행위 범위를 포괄적 규정으로 확대도 약속했다. 이밖에도 가정폭력범죄 반의사불벌죄,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제도 폐지 추진, 가정폭력 피해자의 일상 회복과 휴가신청권 보장 등 폭력 피해자 보호 실효성을 높였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민주당의 젠더폭력 대응 공약은 4년 전 21대 총선이나 2년 전 대선 공약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선 디지털성범죄 근절 대책, 가정폭력 처벌법 개정, 여성폭력방지 국가행동계획 수립 등 전면적인 대응 계획을 내놨으나 대선 때는 스토킹처벌법 반의사불벌죄 폐지, 데이트폭력처벌법 제정 등 ‘신종’ 여성폭력 대응에만 초점을 맞췄다.

김 소장은 “민주당 공약 1번에는 채용 성차별 처벌규정 강화, 2번에 여성경력단절 방지와 돌봄 지원, 6번에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스토킹 대응 등 여성‧성평등정책이 흩어져 있다”며 “공약을 어떤 추진체계에서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것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2년 전 대선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나 성범죄 무고죄 조항 신설 등 일부의 주장을 정책화하기도 했으나 22대 총선에선 정치적 선동 대신 생활공약이 늘었다. 21대 총선 때는 데이트 폭력범죄 강력 대응, 스토킹 처벌 강화, 피해자 지원체계 마련 등을 공약을 내놨던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은 대선 때는 디지털 성착취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스토킹처벌법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성범죄 무고죄 조항 신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함께 내놨다.

하지만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출생 정책을 ‘인구부’로 통합하겠다는 여당의 공약은 정부의 여가부 폐지 추진과 맞물릴 수 밖에 없다. 김 소장은 “중요한 사실은 국민의힘 공약은 현 정부 체계에서 추진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현 정부는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며, 여성 고용 업무는 고용노동부로 이관시키고, 여성폭력과 인권보호 업무는 보건복지부로 보내겠다는 밝혔다.

김 소장은 흉악범죄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국민의힘 공약에 대해 “범죄 피해자 지원 정책 확대는 유의미할 수 있으나, 중대범죄를 강조하면서 흉악범죄 처벌의 고도화로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엄벌주의만으로는 여성폭력을 발생시키는 문화를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젠더폭력 특성 연구와 양태 파악을 통해 미비했던 수사기법, 기소, 양형을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했다.

선명하고 구체적 ‘제3지대’

거대 양당에 비해 제3지대 정당들이 내놓은 10대 공약은 보다 선명하고 구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은 ‘저출생 대응책임부처’ 설치를 약속했고, 개혁신당은 일하는 모든 여성에게 출산휴가 3개월간 월수입의 100%를 지급하는 ‘전 국민 출산휴가 급여제’를 제시했다. 녹색정의당은 돌봄 부총리제 도입, 읍면동마다 공공돌봄센터, 시군구마다 마음건강상담센터 설치 등 포괄적인 돌봄 시스템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진보당은 돌봄정책기본법 제정으로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돌봄자지원법·돌봄노동자기본법 제정을 통해 지원체계 마련에 집중했다. 전 국민 국민연금 당연 가입도 추진한다.

녹색정의당은 ‘성평등’ 가치를 10대 공약 전면에 내세웠다. 5번 공약을 ‘성별임금격차 해소, 성폭력 처벌 강화로 거침없이 성평등 사회’로 정하고 여성가족부를 성평등부로 확대, 성평등임금공시제 도입, 성별임금격차해소법 제정, 비동의 강간죄 도입 등을 제시했다. 차별금지법 제정도 핵심 공약으로 꼽았다. 정의당도 성평등노동기본법 제정을 통한 성평등임금공시제 도입을 제시했다.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제정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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