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10만개 전성시대
무인 드라이브 스루·테니스장
직원 없는 사장님 435만 돌파
“업주·소비자 모두 만족도 높아”

서울의 한 무인 카페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무인 카페 모습. ⓒ연합뉴스

이색 무인점포가 늘고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인생네컷’으로 대표되는 무인 즉석 사진관, 무인 빨래방 등 이미 무인점포는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았다.

테니스장·드라이브 스루 등 무인점포 아이템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시의 무인 테니스장은 약 30개에 달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서울시의 테니스장 수가 67개인 것을 고려하면 서울시 테니스장의 절반은 무인점포인 셈이다. 실내 테니스장 ‘락테니스’는 예약과 연습 등 모두 무인으로 진행한다. 고객이 온라인 예약이나 키오스크를 통해 원하는 시간과 코트를 지정하고 운동하면 된다.

무인 카페에 이어 무인 드라이브 스루도 생겼다. 카페 프랜차이즈 브랜드 커피에반하다는 최근 김포시에 국내 최초 무인 로봇 드라이브 스루 1호점 ‘김포양촌DT점’을 오픈했다. 해당 매장은 24시간 운영한다. 매장에 차량이 진입하면 인공지능 점원이 고객을 맞는다. 고객은 차 안에서 메뉴를 주문할 수 있고 주문이 완료되면 로봇이 음료를 제조해 제공한다. 커피에반하다는 이달 중 파주·포천·청주 등에 무인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8호점까지 오픈할 예정이다.

스쿨존과 아파트 단지 인근에는 무인 문방구가 있다. 빵꾸똥꾸문구야·문구야놀자·문구방구 등 관련 프랜차이즈도 다양하다. 이 밖에 무인 정육점·계란 판매점·베이커리·반찬가게·프린트카페 등이 있다.

무인 형태의 도·소매점은 영역을 계속 넓힐 것으로 보인다. 무인점포는 사업자등록만 하면 창업할 수 있어 전국 무인점포 개수는 10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6월 점검한 무인카페와 아이스크림·밀키트 등의 무인 판매점 수는 4천여개다.

무인 편의점은 3천여개나 생겼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의 무인점포는 2019년 208개에서 지난해 3816개로 5년 사이 약 18배 급증했다. 특정 시간대를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형 편의점도 증가했다.

무인 점포의 성장은 세계적 흐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 데이터 자료를 보면 전 세계 무인 계산대 시장은 2016년 2조8000억원에서 2022년 5조2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선 무인매장을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91%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IT에 취약한 노년층인 60세 이상에서도 83%가 무인 매장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점포가 늘어나는 이유는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도가 높아서다.

직장인 김지수씨(27)는 “대면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서 좋다”며 “저는 당장 구매하지 않아도 상품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고, 구매하더라도 이것저것 따져보며 소비하는 성향이라 매장에 점원이 있으면 눈치를 본다. 무인점포는 그런 부담감이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무인 빨래방을 자주 이용한다”며 “밤중에 갑자기 빨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24시라 시간 제약이 없어 언제든 빨래를 하고 온다”고 했다.

무인점포가 생기면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님은 지난해 3분기 435만5000명으로 2022년 같은 기간 433만5000명보다 2만 명 늘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최근 무인점포 4개를 운영해 지난해 8천만원 이상 순이익을 올렸다는 인증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무인점포는 무조건 입지, 그리고 집과 가까운 게 최고”라며 “내가 원하는 시간에 관리할 수 있고 인건비나 인력 채용에 따른 스트레스가 없는 점, 앞으로 5년이나 10년은 더 벌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꼽았다.

소비자 전문가는 무인점포가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윈윈(win-win)하는 ‘상생 구조’라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인일 경우 시간제한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이용에 편리하다”며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느낌도 적고 점포를 내 공간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무인점포는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대면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 특히 젊은 세대로부터 좋은 반응이 나온다”며 “업주 입장에서도 관리가 수월하다. 집에서도 CCTV로 관리감독이 가능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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