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다른 연극계 성폭력 피해자 돕겠다”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오영수 씨가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배우 오영수 씨가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출현한 유명 배우 오영수(78·본명 오세강)씨가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6 단독 정연주 판사는 15일 공판을 열고 오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의 증언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경험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다. 또 그 무렵 작성한 일기장 내용과 피해사실이 동일하고 지인에게 해당 내용을 말했으며, 상담기관에 상담 받은 내용이 사건 내용과 상당 부분 부합하다”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유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다만 초범인 부분도 고려해서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여자로 보인다고 말했던 날에 작성한 일기장에는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의연하게 지내야만 하고 또 이런 화제가 나오면 확실히 중단시켜야 한다는 문구는 피고인의 행동이 부적절하거나 비밀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피해자의 일기장 문구에는 ‘피해자는 연극계에서 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 두려웠고 배우로서 살아남기 위해 그랬다’고도 적혀 있었다.

오영수는 2017년 대구의 한 산책로를 걷다가 A씨를 끌어안고, A씨의 주거지 앞에서 A씨 볼에 입을 맞추는 등 2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 씨는 선고 후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날 공판 후 수원지법 성남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A씨는 입장문을 통해 “공정한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성폭력피해로 인해 무력함, 두려움 등으로 힘들어하는 동료들과 친구들의 곁에 있을 거다. 그들이 같은 이유로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기자회견 참겨자들은 “호의와 친분으로 그랬다는 문법은 폐기돼야 한다”며 “연극계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이는 연극계에 널리 퍼져 있는 성차별적 문화와 위계질서에 기반한 것이며, 단순히 일부 인물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오씨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출연해 2022년 1월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부문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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